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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상 최악의 교내 총기 사건으로 기록된 버지니아공대 사건은 의문점이 많다. 미국 언론들은 총기 사고가 난 지 2시간이 지나서야 경고 e메일을 보내는 등 늑장 대응한 학교 측의 처사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범죄의 재구성’ = 첫 번째 총격은 16일 오전 7시15분쯤 1학년 학생들의 기숙사인 웨스트 앰블러 존스턴 홀 4층에서 발생했다. 범인 조승희씨는 전 여자친구를 찾아 기숙사 안을 샅샅이 훑고 다니다 그를 발견하고 쏴 죽였다. 여자친구로 추정되는 첫 번째 희생자 에밀리 제인 힐셔 및 당시 함께 있었던 남학생 라이언 클라크도 피살됐다.

오전 9시15분쯤, 조씨는 기숙사 북쪽으로 800m쯤 떨어진 공학부 건물인 노리스홀 2층의 206호 강의실에 나타났다. 그는 건물 정문을 안에서 쇠사슬로 감아, 경찰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총을 난사했다.

ABC방송 등에 따르면 옆 강의실에 있던 학생들은 처음엔 공사장의 거대한 망치 소리인 줄로 생각했다가 곧 총소리인 것을 알고 급히 책상 밑으로 숨는 등 학교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조씨는 이 공학관 건물에서 수분 안에 30명을 사살했다. 짧은 시간에 총알을 80~100발 정도나 발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학생은 “총질을 한 뒤 강의실을 떠난 범인이 학생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곤 다시 강의실에 들어오려 했다”며 “부상 입은 사람들이 문이 열리지 않도록 붙잡고 있으니, 갑자기 문에다 가슴 높이로 총을 마구 쐈다”고 전했다.

오전 9시45분쯤, 경찰은 쇠사슬로 묶인 정문을 부수고 노리스홀에 진입했다. 그러나 2층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참극은 끝났다. 피범벅이 돼 숨진 30명과 스스로 머리에 총을 쏴 얼굴의 일부가 떼어져 나간 숨진 조씨의 시신이 목격됐고, 이 밖에 10여명의 학생들이 부상해 신음하고 있었다.

◆남는 의문점들 = 학교 측의 안일한 대응이 희생자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미국 언론들은 몇 가지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학교 당국이 왜 총기 사고가 기숙사에서만 일어난 것으로 판단했는가 하는 점이다. 학교 측은 첫 번째 사건이 발생한 기숙사 출입을 통제하는 조치만 취했을 뿐 수업을 정상적으로 시작했다. 범인 조씨는 2시간 뒤 800m쯤 떨어진 공학관 건물로 이동해 30명을 사살했다. 기숙사 희생자보다 공대 건물에서 목숨을 잃은 피해자가 15배나 많은 것. 찰스 스티거 총장은 이에 대해 “첫 번째 총격 때 기숙사에서 벌어진 교내 분쟁 정도로 생각했다”며 “사고가 다른 곳에서도 일어날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없었다”고 변명했다.

스티거 총장은 또 “기숙사 총격 이후 범인이 도망갔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 언론들은 스티거 총장의 해명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총기 사고가 기숙사에서만 일어났고, 범인이 도주했을 것이라고 판단할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의문점은 왜 첫 총기 사고 2시간 뒤에야 경고 e메일을 보냈는가 하는 점이다. 기숙사에서 첫 총격이 발생해 911에 신고된 시점은 현지시간 16일 오전 7시15분. 보안 전문가들은 “이때 학교를 봉쇄하고 학생들에게 경고했더라면 피해를 크게 줄였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학교 측은 오전 9시26분에야 ‘총기 사고’라고 언급된 e메일을 학생들에게 보냈다. 스티거 총장은 “e메일과 다른 전자 수단을 이용해 학생 등에게 사태를 통보하려 했지만 등교 시간대(오전 8시)여서 1만1000여명의 학생들이 주차장을 통해 교내로 들어오고 있어 모두에게 알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조씨가 기숙사 살인부터 공학관 총기난사 사건을 저지르기까지 2시간 동안 무엇을 했으며,왜 체포되지 않았는가도 의문이다. ABC 방송은 조씨가 첫 번째 살인 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재무장한 다음 공학관으로 향했다고 보도했으나, 경찰 측은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