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으로 부상한 한국인 유학생 박창민(27·토목공학과 박사과정)씨는 16일(현지시간) “전공과목 강의를 듣던 중 갑자기 총격 소리가 났고, 순식간에 유혈이 낭자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버지니아주 블랙스버그의 몽고메리 지역병원에 입원한 박씨는 총알이 가슴과 팔을 스치는 부상으로 병원에 옮겨져 응급수술을 받았다.

박씨는 “오전 9시15분쯤 전공과목 강의를 듣고 있는데 갑자기 총소리가 나더니 함께 수업을 듣고 있던 15명가량의 학생들이 쓰러졌다”며 “순식간에 피가 흘렀고 아수라장이 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수술 후 상태가 좋아 17일 오후 버지니아공대에서 열린 희생자 추모예배에 참석했다.

국내에 있는 가족들은 박씨가 총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으나 17일 박씨와 전화 통화를 한 후 안정을 찾은 모습이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거주하는 박씨의 아버지 박도경(60)씨와 어머니 서영애(57)씨는 이날 오전 6시와 오후 아들과 통화했다고 밝혔다.

서씨는 “아침에 미국에서 전화가 와서 받으니 어떤 남자가 아들을 바꿔줬다”며 “아들이 ‘엄마 나 많이 아파요’라고 말해 너무 안타까웠다”고 통화내용을 전했다. 그는 “아들이 국내 가족들을 생각해서인지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며 “구체적 내용 없이 ‘자세한 건 e메일로 보낼 테니 확인해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가족은 비자 때문에 미국에 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16일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통해 아들의 상황을 알게 된 순간 숨이 턱 막히고 멍해서 청심환 한 알을 먹고 정신 차렸다”며 “한국계 학생이 (총을) 쐈다는 것도 충격이고, 한국 학생이든 외국 학생이든 사람이 사람한테 그랬다는 게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지난해 2월 한양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포스코에 취직했으나 유학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7월 말 미국으로 건너가 버지니아 대학에 입학했다. 박씨는 스탠퍼드 대학도 합격했는데 조교로 일하면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버지니아공대를 택했다고 서씨는 전했다.

김순환·박수진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