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에서 스스로 ‘정치적 동업자’라고 부른 안희정씨의 대북 비밀접촉에 대해 초법적인 논리까지 구사해 문제삼을 일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안씨의 대북 접촉이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아무 문제가 없다”며 동원한 노 대통령의 논리는 “성격상 대통령이 특별히 지시한 것이기 때문에 사전 신고할 일은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일컬어 대통령의 통치행위론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제왕적 대통령의 무소불위(無所不爲) 권력을 추종한 통치행위론으로 ‘안희정 구하기’를 주저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유의 통치행위론이 법치주의 이념을 넘어설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그 판단은 오로지 사법부만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고 한 대법원 판례(2004.3.26)와도 맞지 않는 초법적 논리임을 우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안씨가 지난해 10월20일 중국 베이징에서 대북 접촉을 한 만큼 안씨는 사실상의 특별사절 자격이었다. 그렇다면 다른 정권 아닌 노 정권이 김대중 정부 시절의 불법 송금 등 대북 비밀접촉의 문제점을 원천 봉쇄하겠다며 2005년 12월29일 제정한 남북관계발전법 중 ‘대북특별사절은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제15조 4항 등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다. 노 대통령은 이들 명문 규정을 어겼다는 것이 우리 판단이다. 또한 이 법 제17조는 민간인이 정부를 대표해 ‘북한과 교섭 또는 회담하는 행위’, ‘북한에 정부의 입장과 인식을 전달하는 행위’ 등을 금하고 있다. 아무런 공직 직함을 갖고 있지 않은 민간인인 안씨는 대북 접촉을 통해 정부 입장과 인식을 전달할 자격이 있을 리 없다. 노 대통령의 ‘안희정 구하기’는 ‘대북정책이 법률적 기반과 국민적 합의 아래 투명하게 추진되도록 한다’는 입법 취지부터 아예 사문화(死文化)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 시각이다.

남북교류협력법 또한 제9조의 2에서 북한 주민과 접촉할 경우 통일부 장관에게 사전 신고해야 하고,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되면 사후 신고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 명문에도 불구하고 사전이든 사후든 신고할 필요가 없다는 법의식이야말로 대통령직과 정부를 제왕적 인치(人治)로 되돌리려는 잘못이다.

노 대통령의 ‘안희정 구하기’가 통일부와 검찰을 향한 경위조사 내지 수사의 가이드라인 제시일 수 있다는 측면 또한 가벼이 볼 사안이 아니다. 통일부 대변인은 즉각 “남북교류협력법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거들었다. 노 대통령과 소관 부처가 이미 면죄부를 주려고 작심한 사건이라면 검찰 수사의 밀도도 기대하기 글렀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진상 규명의 책임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국정조사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