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농업분야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쌀과 자동차, 쇠고기와 섬유를 주고받는 서로 다른 산업간 품목별 빅딜은 없다고 공언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빅딜의 형태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6일 정부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캐런 바티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수석대표로 하는 통상장관급 협상과 별도로 농업부분 고위급 협상을 진행했다. 이날 농업부분 고위급 협상은 한국에서는 배종하 농림부 국제농업국장과 미국측에서는 앤드루 스티븐스 미국 무역대표부(USTR) 양자농업부분 국장이 참석했다.

현재 농업분야에서 양국의 의견차가 첨예한 대표적인 품목은 대미수입실적이 많고 향후 수입증가가 예상되는 이른바 초민감품목이다. 이중에서도 쌀과 쇠고기는 초민감품목중에서도 핵심품목으로 손꼽히고 있다. 미국은 쌀을 개방예외 품목으로 인정해 주는 대신 쇠고기의 전면적인 재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2일 열린 농업분과 고위급 협상에서 리처드 크라우더 USTR 수석협상관이 “미개방 품목중에 쌀도 남아 있다”고 언급한 것도 쌀을 협상카드로 쓰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에대해 한국은 쇠고기 시장은 이미 개방된 상태에서 수입검역의 기술적 문제로 통관이 되고 있지 않은 만큼 별도의 테이블에서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그동안 피력해왔다. 또 쇠고기와 자동차, 섬유 등 다른 산업의 품목을 맞바꾸는 형식의 빅딜은 하지 않겠다는 것을 천명해왔다. 대신 농업 부분 내부에서 서로 품목을 주고 받는 내부조정의 방식을 취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현재 핵심쟁점으로 남아있는 10여개 품목이 농업과 자동차, 섬유등 여러 산업에 걸쳐 있어 결과적으로 협상결과가 주고 받는 모양새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이번 FTA 협상에서 쇠고기는 대상이 아니라는 우리측 요구가 받아들여진다고 해도 추후 개방을 논의할 명시적인 별도협상을 갖는 방안이 명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쇠고기 관세를 최대한 장기간(10년 이상)에 걸쳐 철폐하는 방안도 논의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미 양국은 오렌지와 사과, 기타 낙농품등 다른 초민감품목은 일정한 관세를 매겨서 한정된 수량만 수입하는 관세할당량 제도를 적용하고 저민감 품목은 중기(5년 전후)적으로 관세를 철폐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대신 세이프가드 도입과 함께 미국측에 무관세 또는 저관세 할당량(쿼터)을 높여주는 방안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교기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