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협상이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 핵심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당 입장은 물론 대선주자들간에도 찬성과 반대, 조건부 찬성 등으로 입장이 확연히 갈리고 있다. 그러나 최종협상과정에서 미국측이 쌀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협상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선주자들 입장 =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기본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농업 등 일부 분야의 피해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 전 시장은 “경제논리로만 계산할 수 없는 대표적분야가 농업으로, 이는 우리 요구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도 “쌀은 개방에서 예외가 돼야 하며, 피해 분야에 대한 대책을 정부가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주자중 가장 먼저 FTA찬성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최근 “협상 시한에 맞추기 위해 중요한 이익을 버려서는 안된다”며 협상에 무게를 실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전 의장은 다음 정부로 넘길 것을 주장하면서 “미국의 시한인 3월 말까지 타결할 생각이라면 나를 밟고 가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고, 민생정치모임 소속 천정배 의원도 ‘졸속협상 즉각 중단’, ‘차기 정부 이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천 의원은 김근태, 정동영 전 의장에게 한·미FTA에 대한 공동대응을 제안했다.

정동영 전 의장은 원칙적인 찬성입장이면서도 “그간의 경과를 중간계산하면 ‘마이너스 FTA였다”면서 “‘플러스 FTA’로 만들어야 하며 반드시 참여정부 임기 내에 협상을 끝내야 한다는데 반대한다”는 조건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이제 와서 중단하는 것은 곤란한 만큼 낮은 차원에서라도 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높은 차원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민주노동당의 예비주자인 노회찬 의원은 FTA추진에 대한 국정조사를 제안했다.

◆당 입장 엇갈려 = 당 차원에선 ‘원칙적 찬성론’ 쪽에 기운 한나라당, 열린우리당과 반대론을 펴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민생정치모임이 대립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김태홍, 한나라당 권오을 의원 등 FTA에 반대하는 의원 38명은 금주중 기존의 ‘FTA를 연구하는 국회의원 모임’을 해체하고 FTA 비준동의에 반대하는 모임을 결성하는등 당차원을 넘어서는 모습이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원칙적으로 찬성하나 협상 과정이나 내용에 있어 국익이 최우선 돼야 하므로 협상 결과를 보고 최종 평가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미국측이 쌀 문제를 들고 나온다면 협정의 국회 비준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최인기 정책위의장은 “경제적 실리를 따져 국익에 손해가 난다면 당장 협상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민주노동당 김형탁 대변인은 “역사상 최대의 불평등 조약이 될 것이 뻔한 한·미 FTA가 이런 식으로 체결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