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시대’에도 이민자의 삶은 고달프다.

특히 이민자가 그 사회에서 주류로 편입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 오랜 이민의 역사를 가진 미국에서도 이민자 후손이 사회적 핵심 지위로 뛰어오르는 것은 남보다 2배, 3배가 넘는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세계 제2위 휴대전화 제조업체 모토로라의 에드워드 J 잰더(60·사진)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바로 이러한 치열한 노력으로 장벽을 뛰어넘은 경우다.

뿐만 아니라 ‘이민자’라는 정체성에서 파생되어 나온 잰더 회장의 강력한 도전 정신과 발빠른 대응은 2003년 위기로 빠져들던 모토로라의 회생을 이끈 원동력이기도 했다.

◆폴란드 출신 유대인 이민자 2세의 성공 = 잰더 회장의 성공 이면에는 이민자 부모의 희생이 있었다. 그는 폴란드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아버지와 그리스계 이민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잰더 회장의 아버지는 변호사가 꿈이었지만, 어려운 집안형편 때문에 모피 가공업으로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어머니 역시 1922년 모국의 혼란한 정국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 1세대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잰더 회장은 좌절하지 않았고, 치열하게 공부했다. 첫 직장은 렌셀러 폴리테크닉 대학교에서 전자공학과 졸업에 이어 보스턴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마친 뒤 들어간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이곳에서 특유의 성실성과 빠른 감각을 인정받은 잰더 회장은 기업 마케팅 부책임자와 소프트웨어 부문 책임자까지 올라갔고, 1999년에는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승진했다.

하지만 잰더 회장의 진정한 성공 신화는 2004년 1월 모토로라에 입성하면서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1928년 설립된 모토로라의 경직된 조직 분위기를 완전 쇄신시키고, 추락하기 직전이었던 모토로라를 다시 추스른 것. 특히 지난해 모토로라의 시장점유율은 레이저(RAZR) 제품의 전세계적인 히트 덕분에 22%까지 치솟았다. 잰더 회장의 취임 직전인 2003년 시장점유율 14%에 비해 8%포인트나 오른 것으로, 모토로라의 20%대 점유율 회복은 10년여 만에 처음이었다. 또 연간 수입도 2005년에는 전년 대비 52% 증가한 352억달러까지 뛰어올랐다.

◆‘선택과 집중’, 신속대응이 무기 = 이같은 개혁을 위해 잰더 회장이 취임초 꺼내들었던 카드는 두가지였다. 먼저 모토로라의 반도체 부문을 떼내어 ‘프리스케일 반도체’로 분사시킨 것이 첫번째. 두번째 조치는 불합리한 관행을 없애고, 새로운 인센티브 제도를 확립한 것이었다. 창업자 폴 갤빈의 가문이 주로 이끌어온 모토로라에는 당시 부책임자급 이상에게 승용차와 자택경비시스템까지 제공하고 있었던 것. 그는 당장 이를 중단하고, 총 보너스의 25%를 고객만족도와 생산마감시한 준수, 부서간 협조 등에 연동하는 제도로 대체했다.

또 두가지 종류의 명함을 통합하고, 스톡옵션 제도도 신설했다. 그는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취임 첫날 사무실에서 밖을 내다보는데, 내 마음도 어둡고 추운 날씨 같았다”면서 “그러나 소비자제품 부문과 고객서비스에 집중하는 게 최선의 길이라고 확신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발빠른 대응이 바로 잰더 회장의 최대 장점. 전 직장인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에서 ‘거물급 실세(mover and shaker)’로 인정 받았던 것도, 또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모토로라 회장으로 우뚝 선 것도 바로 이 장점 때문이라고 시카고 비즈니스뉴스는 최근 전했다. 어릴적 별명이 ‘빠른 에디’였다고 하니, 그의 천성이 하루가 빠르게 급변하는 지금의 시대와 딱 들어맞은 셈이다.그러나 모토로라의 휴대전화 부문 이익 마진이 지난해 4분기(9~12월)에 전분기 12%에 비해 4.4%까지 떨어지고 있어 잰더 회장도 올해는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보인다. ‘퍼스트 글로벌’의 애널리스트 마두 바부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모토로라가 자신이 만든 성공의 희생자가 되어가고 있다”면서 “시장점유율을 제고하기 위해 중고가 휴대전화 가격은 낮추고, 저가 제품은 많이 파는 공격적인 전략이 이제는 휴대전화 사업의 운영이익과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