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삼성SDI 직원들이 16일 경기 수원시의 한 웨딩 스튜디오에서 시각장애인 노부부들에게 결혼사진을 다시 찍어주는 ‘앙코르 웨딩촬영’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SDI제공

“내가 이렇게 살아온 게 다 이 사람 덕분이야. 아내가 없었다면 나는 벌써 저 세상 사람이 됐을 거야. 이렇게 다시 결혼사진 찍으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 허허허.”

지난 16일 경기 수원시의 한 웨딩 스튜디오. 턱시도를 차려 입은 시각장애인 윤석동 할아버지가 화사한 신부로 단장한 김길남 할머니 쪽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윤 할아버지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인 김 할머니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것을 상상하며 한껏 행복해진 모습이다. 할머니를 어루만지는 손길에서 평생을 함께 해온 부인에 대한 사랑이 묻어난다.

디지털 디스플레이 전문기업 삼성SDI의 사회공헌활동 현장이다. 삼성SDI 수원사업장 임직원들은 매달 노년의 시각장애인 할아버지, 할머니를 대상으로 ‘앙코르 웨딩촬영’을 하고 있다. 웨딩촬영을 통해 사랑의 추억을 살려내고, 서로가 아름다운 동반자가 되겠다는 다짐을 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직원들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앙코르 웨딩촬영’은 매달 하루를 정해 10쌍에서 15쌍 정도의 시각장애인 부부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삼성SDI는 실제 결혼하는 부부의 느낌이 날 수 있게 이들에게 결혼 의상, 메이크업, 헤어디자인을 제공한다.

사진도 웨딩전문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한다. 이렇게 촬영한 사진을 대형 액자로 만들어 선물하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시작한 이 사업을 통해 지금까지 총 110쌍의 시각장애인 부부가 결혼사진을 촬영했다.

삼성SDI는 이 사회공헌 활동을 수원여대 학생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수원여대 패션코디네이터과 학생들이 메이크업과 헤어디자인을 맡고, 삼성SDI 임직원들은 사진촬영과 액자제작을 담당하는 분업체제다.

화장대 앞에 앉아 메이크업을 받을 때만해도 긴장으로 굳어졌던 시각장애인 부부의 얼굴은 화장이 끝나고, 턱시도와 드레스를 갖춰 입으면서 밝아지기 시작한다. 여러 차례 ‘앙코르 웨딩촬영’에 참가한 김찬미씨는 후배들에게 “할머님, 할아버님들이시니까 아무래도 주름살이 많으시잖아. 최대한 밝은 색 사용하고, 부분적으로 강조를 해줘야 해. 알았지?”라고 충고했다.

조성민 삼성SDI대리는 “저의 아버님, 어머님을 모시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살갑게 대하면 됩니다. 그러면 어르신들도 금방 환하게 웃으시지요”라고 말했다.

최재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경기도지부장은 “시각장애인은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편이지만 삼성SDI 임직원들의 지속적인 도움을 통해 마음의 눈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우승현기자 noyom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