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치 박사는 미국 외교가 왜 현실주의적 접근을 택해야 하는지 설명하면서 제네바 합의 이전 백악관 상황실에서 열린 회의를 예로 들었다.

“당시 (대통령과 국방장관, 국무장관, 합참의장 등) 참석자들은 온갖 종류의 의견을 다 갖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북한을 상대로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었다. 무엇이 우리 안보에 가장 중요하고 가장 필요한가 하는 우선순위가 필요했다. 그때 빌 페리 국방장관이 상황을 잘 정리했다.‘우리는 지난 50여년 동안 북한과 함께 살아왔다.우리는 북한을 한번도 좋아한 적이 없다. 우리는 앞으로 50년 동안 더 이런 상황을 지속해야 할지 모른다. 우리가 지금 여기 모인 이유는 북한의 핵무기프로그램 때문이다. 더이상 북한이 플루토늄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하지만 그는 제네바 합의 이후 공화당 사람들, 특히 현재 유력한 차기대권주자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으로부터는 ‘배신자’라는 비난까지 받았다. 당시 공화당측은 제네바 합의에 대해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 협박에 굴복하고 선물까지 주었다”며 비판했다. 미국이 불량국가에 유화정책을 쓴 것은 잘못이며 더욱이 우리를 속이는 북한과 거래할 수 없다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부시행정부의 6자회담에 대해 “중국과 한국 등과의 이견 때문에 미국은 뚜렷한 채찍도 못 가지고 있을뿐더러 지정학적 혹은 전략적 이해관계에서 엄청나게 다른 중국과 미국의 입장차이를 간과하고 대북정책을 중국에 하청주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가 재직하고 있는 에드먼드 월시 외교대학원에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교수로 있으며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빅터 차 NSC 아시아담당 보좌관도 이 학교 교수 출신이다.

워싱턴 = 최형두특파원 choihd@munhwa.com

■갈루치 박사는…

▲1946년 뉴욕 브루클린 출생 ▲브랜다이스대 정치학 석·박사학위▲존스홉킨스국제관계대학원(SAIS), 조지타운대 교수 ▲96년 이후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장 ▲94년 국무부 정치군사담당 차관보겸 순회대사, 제네바회담 미국 수석대표 ▲1998~2001 탄도미사일 확산 및 대량살상무기(WMD) 위협문제 국무부 특사 ▲91년 이라크문제 유엔특별위원회 부위원장 ▲92년 구소비에트연방국가 핵확산방지와 핵안전 담당 선임정책조정관 ▲79년 이집트·이스라엘간 시나이반도 분쟁 해결을 위한 다국적군 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