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새해에도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은 여전히 ‘시계 제로’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는 뚜렷한 해법이 마련되지 않은 채 북한과 미국간 극도의 대립 양상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으며, 전반적인 한·미 관계는 대선정국을 거치며 젊은 표심을 의식한 ‘반미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새 일본총리의 등장이후 일단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한·일 관계는 해마다 봄철이면 되풀이돼온 교과서 왜곡 파문과 독도 영유권 분쟁이 재연될지가 관심이다.

‘동북공정’을 통해 고대사 갈등과 배타적경제수역(EEZ) 분쟁을 겪은 한·중 관계도 양국간 긴장의 불씨가 완전히 소멸되지 않은 상태다.

◆북핵 전망 불투명 = 지난 2005년 11월 5차 1단계 회담까지 진행된 이후 13개월동안 공전됐던 북핵 관련 6자 회담이 지난 18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렸으나 북-미 양국간 뚜렷한 입장차이만 드러낸 채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서로간의 입장이 무엇인지 확인했고 다음 회담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는 정부 관계자들의 평가와는 달리 양국간 감정의 골만 깊게 파였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양국은 6자 회담과 병행해 열린 방코델타아시아(BDA) 실무회의를 통해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를 풀기 위한 심도 깊은 논의를 펼쳤다. 이 자리에서 북한은 금융제재가 조기에 해제될 경우 영변 핵시설물의 폐기까지도 고려해 보겠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나 미국이 이를 거부, 앞으로 BDA문제가 해결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BDA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핵폐기 수순에 돌입할 수 없다는 북한의 고집을 꺾을 만한 뾰족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6자 회담이 다시 열린다 해도 실질적 진전을 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BDA회의 공전-6자 회담 결렬-미국의 대북 압박 고조-북한의 추가 핵실험’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한·미 관계, 대선에 이용되나 = 미국 언론들은 내년도 한국 대선과정에서 대권 후보들이 ‘반미감정’을 통해 젊은 층을 파고들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은 얼마전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 반미감정을 이용해 유권자의 표를 더 얻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도 정치권 인사들에게 “한국 대선의 쟁점이 무엇이냐”고 묻고 다닐 정도로 내년 한국 대선은 미국에는 ‘반미감정’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은 정치 행사다. 특히 최근들어 여당은 물론 한나라당 인사들까지 “6자 회담에서 미국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터라 내년 대선과정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미국에 대한 ‘목소리 높이기’는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갈등 내재된 한·일, 한·중관계 = 한·일, 한·중 관계는 매년 되풀이되는 사안들이 워낙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들이라 내년에도 몇 차례 격랑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일본의 교과서 검증 내용이 발표되는 봄철에는 교과서 파동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또 동해안에서의 한·일간 EEZ 경계선 획정도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동해 EEZ논쟁은 독도 영유권 논쟁과도 직결되는 만큼 양국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사안이며 갈등의 소지도 크다. 아베 총리가 언제쯤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강행할지도 양국간 긴장수위를 가늠할 주요 변수다.

중국의 경우 사회과학원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고대사 왜곡 문제가 ‘현재진행형’인 사안이라 내년에도 어떤 모습으로 양국간 긴장 국면을 조성할지가 의문이다.

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