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 장년의 수가 1000명 정도 되는 한 장로교회에서는 지난 2002년 교회 결산 감사 때 모 장로가 2000만원을 횡령한 것이 발견됐다. 교회는 이 장로가 3년 동안 횡령액의 3배인 6000만원을 변상하고 1년간 근신하기로 약속한 뒤 사안을 일단락 지었으나, 그 뒤 7000만원이 부족한 것을 다시 확인하고 교인이 경찰에 고발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교회의 재정과 관련해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에 상담을 해온 불미스러운 사태 중 하나다. 다음달 1일 개혁연대 주관으로 서울 명동 청어람에서 열리는 바른 재정 세미나에서는 재정 투명성 촉진을 위한 다양한 목소리가 제시된다.

개혁연대가 46개 교회(조사에 응한 교회는 23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교회 재정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8개 교회만 예산 설정을 위한 지침을 가지고 있을 뿐, 나머지 교회는 예산제도가 없거나 예산 설정 기준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정관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회계 처리를 하는 교회는 6개뿐이었으며, 7개 교회는 결산을 감사한 뒤 결과에 따른 조치가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적으로 교회의 지출은 관리 및 사무행정비가 27.53%로 가장 많았으며 목회자 등에 대한 사례비 16.91%, 재산 축적 또는 부채상환(금융비용 포함) 24.16%를 차지하는 데 반해 구제비는 3.11%로 낮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 교회의 수입원은 십일조헌금 56.58%, 일반헌금 9.54%, 감사헌금 9.34%, 절기헌금 5.77%, 건축헌금 5.42% 등의 순이었다.

개혁연대는 “최근 한국인의 종교의식 조사에 따르면 개신교에 대한 호감도가 불교나 가톨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대신 개신교 지도자에 대한 비종교인의 불신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불신감의 이면에는 많은 교회들이 원칙 없이 헌금을 걷고 모인 재정을 합당한 기준 없이 예산을 편성해 무책임하게 집행하는 것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 박득훈 공동대표는 “한국 교회가 건강성을 회복하려면 가슴의 회심, 정신의 회심과 함께 돈지갑의 회심이 필요하다”며 “한국 교회가 전체로 따져 8조6000여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돈지갑 운영과 관련된 잘못을 회개할 때 비로소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