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간첩 혐의로 조사중인 장민호(44·미국명 마이클 장)씨가 북한으로부터 ‘조국통일상’을 받은 거물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그의 행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정원 측은 31일 장씨의 집에서 압수한 휴대용 컴퓨터 저장장치(USB) 메모리와 e메일 등을 해독하는 과정에서 장씨가 지난 2000년 초 북한으로부터 가명으로 조국통일상을 수상했다는 내용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장씨가 ‘일심회’등 대남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이 상을 수상한 것으로 보고 포상시기와 공적 등 사실 관계를 조사중이다. 조국통일상은 북한내에서는 김용순 전 노동당 중앙위 비서 등이, 남한에서는 문익환 목사, 임수경씨 등이 수상한 상이다.

장씨가 지난 1982년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행적과 89년 처음 북한을 입국할 당시의 정황 등도 하나둘 밝혀지고 있다. 국정원에 따르면 장씨는 미국에서 국내 모 일간지 샌프란시스코지사 사회부 기자로 있으면서 북한 공작원 김모씨에게 포섭돼 의식화 교육을 받았다. 이어 장씨는 1989년 지령을 받고 스위스와 체코, 모스크바 등을 경유해 입북한 뒤 주체사상 등을 교육받고 미국으로 돌아와 계속 북한과 연락을 주고 받았다.

이에 따라 지난 89년 입북한 장씨가 8년이 지난 1997년을 전후해서야 비밀조직인 일심회를 조직한 경위와 8년간의 행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관련, 장씨는 일심회가 구성되기 전에도 신분을 숨긴 채 암암리에 간첩 활동을 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활동 내역이 드러난 것은 없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장씨는 1998년과 1999년 두 차례 더 북한을 다녀온 이후 99년 귀국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장씨는 한편으로는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일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일심회 등을 통해 수집한 각종 국내 정보를 북한으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장씨는 기존의 고정간첩과 달리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활동도 적극적으로 벌였던 것으로 드러나 새로운 간첩활동 형태를 보여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장씨는 지난 1998년에서 99년까지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해외 IT지원센터인 정보통신부 산하 iPARK에서 마케팅매니저(MM)로 근무하면서 한국정부의 IT정책 수립 지원에 관여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에는 지상파 DMB 사업권을 확보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했으나 실패했다. 이후에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M사의 모회사가 지상파방송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남석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