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 간첩 연루 사건’을 수사중인 공안당국은 구속된 일심회 조직원 5명을 중심으로 북한 공작금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자금의 흐름을 집중 추적중이다. 또 지난 8월 중국을 방문한 5개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북측 인사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일심회가 관련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어 재야 단체쪽으로 이번 사태가 확대될 지 주목된다.

◆북한 공작금 받았나 = 구속된 장민호씨는 82년 도미한 뒤 89~99년 최소 세차례 이상 방북했다. 99년 귀국한 그는 서울 강남에 3D 애니메이션 제작업체인 ‘나래디지털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으며 한때 한·미 합작회사 NFI, 게임전문 위성방송 스카이겜티브이까지 운영했다. 공안당국은 장씨가 미군 복무 경력에 정보기술(IT) 업계 실무 경력을 쌓았긴 하나 돌연 IT업체 CEO로 금의환향한 배경에 북한의 공작금이 투입됐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계좌추적을 진행중이다.

또 일심회 조직원 손정목씨가 대형 논술학원을 운영한 것과 관련해서도 역시 계좌추적 작업을 벌이고 있다. 공안당국은 이와함께 북한 공작금 일부가 386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나 시민단체의 후원금 명목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인정한 일심회 공적은 무엇인가 = 공안당국은 장씨가 조국통일상, 손씨와 이정훈 전 민주노동당 중앙위원이 각각 민족통일상을 북한으로부터 받았다는 정황을 포착, 조사에 나섰다. 이들의 수상사실이 확인될 경우 관련 혐의를 일절 부인하고 있는 일심회 조직원들의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지면서 공안당국의 수사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 1990년 제정된 조국통일상은 북측 인사 외에 작곡가 고 윤이상씨, 고 문익환 목사, 임수경씨 등에게 수여됐으며 장씨가 어떤 공적으로 이 상을 받았는지 여부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5개 시민단체 접선 주선했나 = 공안당국은 올 8월 중국 선양(瀋陽)을 방문한 5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북한 통일전선부 관계자를 만난 단서를 포착, 내사중이다. 공안당국은 일심회 총책인 장민호가 이 모임을 주선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국가정보원이 일심회 사건 외에도 국가보안법 사건 2~3건을 동시에 수사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단체들이 대거 공안 태풍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특히 현재 수사 대상에 오른 시민단체들이 국내 재야에 적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주요 시민단체로 알려져 파문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순수한 활동까지 친북행위로 매도하며 공안정국을 조성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암호문 해독 = 국가정보원이 장씨로부터 압수한 암호 보고문은 40여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해독된 4~5개 문건에서만 야당의 유력 대선주자 동향 파악, 5·31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의 여당 지원 방안, 환경운동을 통한 시민단체의 반미운동 방안 등이 쏟아졌다.

나머지 보고문의 암호 해독에 따라 사태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예측하기 어려운 셈이다. 공안당국은 일심회가 확보한 정보 가운데 국가기밀에 해당되는 내용이 있을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경우, 이미 구속된 일심회 조직원 외에도 국가기밀에 접근할 수 있는 정부 주변 고위인사가 개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혜승·조성진기자 hsje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