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회는 민주노동당을 이용해 통일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정보원 등의 정책을 파악하라는 북한의 지령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일심회는 또 민노당내에 민족해방(NL) 계열 활동가 모임을 자신들이 주도하고 있고 K씨, C씨, 또다른 K씨 등 민노당내 활동가 3명을 의식화시켜 조직적인 관계로 발전시켰다고 북측에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은 수사과정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일심회 관련 북한 지령 및 보고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에 따르면 일심회는 ▲민노당에서 통일부·NSC·국정원 실무진을 불러 대미·대북정책과 민노당 방북회담에 대한 정부 정책을 파악하라 ▲북핵 관련 6자 회담이 실패할 경우 미군을 규탄하고 반전투쟁을 하라 ▲2004년 4·15 총선과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민노당이 열린우리당을 지원할 수 있도록 당 대표 등 지도부를 설득하라는 등의 지령을 북한으로부터 받았다.

또 일심회 조직원이 손정목(42·구속)씨에게 보낸 보고 문건중에는 “민노당 NL 활동가 모임의 간사를 맡아 의견 조정 역할을 수행했다”, “민노당내 활동가인 K씨, C씨, K씨 등을 ‘위대한 장군님 사상’으로 의식화하고 조직적인 관계로 발전시키라는 지시에 따라 사업을 진행했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심회는 이밖에도 지난 9일 북한 핵실험과 관련한 11일 민노당 내부 동향 정보와 성명서 문안 수정 경위 보고, 지난해 6월 한나라당이 제출한 윤광웅 국방부 장관 해임결의원 부결 과정에 대한 보고서 등을 북측에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심회 관련 북한 지령 및 보고문건’은 대부분 일방적인 지시와 보고 형태로 돼있다. 따라서 이 문건만으로는 북한의 지령 등이 실제 ‘영향력있는 활동’으로 옮겨졌는지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민노당측도 “자기들끼리 나름대로 보고했을지는 몰라도 당론 결정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람들이 아니다. 일방적인 내용에 불과하다”, “보고서 내용은 이미 모두 알려진 사실이어서 기밀 정보라고 할 가치도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일심회 관련 문건은 국정원이 해독중인 압수문건중 극히 일부다. 추가 해독작업이 완료될 경우 국가 기밀정보에 대한 보고서나 구체적인 활동 내역이 확인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정원이 분석중인 일심회 압수문건은 폭발력을 가늠키 어려운 화약고와도 같다.

노윤정기자 prufroc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