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정설로 전해 내려오는 말 중 ‘임기말 3대 증후군’이라는 게 있다. 어느 정부든 임기말이 되면 ‘당·청 갈등’, ‘정계개편 논의’, ‘대통령 측근 및 친·인척의 권력형 비리(게이트)’의 공통적인 3가지 현상에 맞닥뜨리게 된다는 것이다.

임기를 1년반쯤 남겨둔 노무현 정부에서 당·청 갈등과 정계개편 논의는 두 말 할 것 없이 일상화된 지 오래다. 유일하게 남은 게 게이트다. 하지만 최근 ‘바다 이야기’ 파문을 계기로 이마저도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의 친척과 여권 실세들이 관심대상 인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임기말 증후군 = 노무현 정부에 앞선 세 정부만 돌이켜봐도 ‘임기말 3대 증후군’이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먼저 당·청 갈등은 노태우, 김영삼(YS), 김대중(DJ)등 3명의 전직 대통령이 모두 임기말 여당을 탈당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DJ는 세 아들의 비리사건으로 여당에 부담이 되기를 꺼려해 당적을 버린 측면이 있지만, 노 전 대통령과 YS는 여당 대선후보와의 격한 갈등 끝에 탈당을 택했다.

정계개편 논의도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다. YS 정부 탄생의 1등 공신은 노태우 정부 말기 이뤄진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 간의 3당 합당이었다. DJ 역시 YS의 임기말에 김종필씨의 자유민주연합과 선거연대를 하지 않았다면 대통령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게이트도 마찬가지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이 비자금 사건의 주인공이었다. YS 정부 말기에는 소산(小山)으로 불리던 YS의 차남 현철씨의 비리사건이 터졌고, 이것이 DJ 정부에서는 홍일·홍업·홍걸씨 등 DJ 아들들의 비리사건으로 이어졌다.

◆노무현 정부의 운명은 = 노무현 정부의 임기말은 역대 정권의 그것과 비교할 때 다른 것 같으면서도 같고, 같은 것 같으면서도 다른 측면이 있다. 당·청 갈등은 적어도 노무현 정부에선 임기말 현상으로 분류할 수 없을 만큼 일상화됐다. 노 대통령 취임 7개월 만에 집권여당이었던 민주당이 쪼개졌다. 노 대통령이 당적을 열린우리당으로 바꾼 뒤에도 부동산 정책과 대연정 제안, 인사파동 등으로 당·청 갈등은 계속됐다.

정계개편 논의 역시 빠지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5·31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전멸에 가까운 참패를 당하면서, 여권 내의 정계개편 논란은 여당의 분당 가능성까지 점치게 할 정도다. 그러나 역대 정부에서의 정계개편 논의가 병립한 정치세력 간의 통합 또는 연대 논의였던 것과 달리, 현재 여권의 정계개편론은 흩어졌던 지지층의 재규합 쪽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게이트에 관한 한 청와대와 여당은 자신감이 넘친다. 노 대통령이 지난 13일 일부 언론사 논설위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정책적 오류 말고는 국민들한테 부끄러운 일은 없다”고 말한 것도 이를 반영한다. 그러나 ‘바다 이야기’ 파문은 이같은 여권의 자신감이 지속될지 여부를 가늠할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오남석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