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김영삼(YS)·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전철을 되밟는 것은 아닐까.

참여 정부의 ‘임기말 현상’ 논란이 일면서, 과거 정부와 견주어 보는 시각들이 늘고 있다. 정치학자들은 “한국적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은 임기 말보다 더 빨리 찾아왔다”고 분석하는데, YS·DJ정부도 예외가 아니었다. 통상 ‘임기말’이란 잔여 임기 1년여를 앞둔 시점을 지칭하지만, ‘조기 레임덕’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김영삼 정부는 집권 4년 만인 1997년 1월 한보사태로 사실상 레임덕에 접어들었다. 당시 대기업이었던 한보그룹이 부도를 맞았고, 그 과정에 연루된 권력형 금융 부정과 특혜 대출 비리가 드러났다. 주목할 점은 그 전에 ‘경고’가 있었다는 것이다. 집권 3년째에 YS의 ‘가신’이었던 장학로 청와대 부속실장 수뢰사건이 터졌다. 대통령 차남 현철씨와 국가안전기획부 운영차장 김기섭씨 등이 한보사태와 관련돼 줄줄이 구속되면서 절정으로 치닫는다.

김대중 정부도 ‘권력형 비리’가 레임덕의 시발이었다. 임기 마지막해인 2002년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된 홍걸씨, 아태재단 비리로 구속된 홍업씨 사건 등 아들들의 비리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급격하게 레임덕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DJ에게도 ‘경고’가 있었다. 집권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인 1999년 5월에 터진 이른바 ‘옷로비 사건’이었다. 이러한 임기말 레임덕의 끝은 탈당이었다. YS는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와 대립을 거듭하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둔 11월 7일 탈당해야 했다. DJ도 YS보다 훨씬 빠른 시점인 대선 7개월 전에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했다.

오승훈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