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 정립 문제를 놓고 열린우리당의 고민이 깊다. 이달초 당 지도부와 오찬에서 탈당론에 쐐기를 박았던 노 대통령이 지난주에는 “내가 죽을 때까지 30년은 살 것 같은데 열린우리당과 함께 하다가 눈을 감고 싶다. 당 고문이라도 맡고 싶다”며 당에 백의종군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기 때문.

이같은 발언은 임기말 레임덕 징후를 없애고 국정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당내에선 노 대통령이 발언의 근저에 무엇이 깔려 있느냐를 두고 말들이 많다. 그만큼 반응도 다양하다. 이와 관련, 친노 성향의 한 의원은 “임기만 잘 끝내면 된다던 대통령의 생각이 탈당 안하겠다고 언급한 시점부터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며 “지역정치 극복 등 열린우리당의 창당 정신 등을 지켜나가는 정치개혁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원들에겐 노 대통령의 발언이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하는 듯 보인다. 열린우리당 초선 의원 모임인 ‘국민의 길’은 지난 22일 연 당 혁신방안 토론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권언관계 유착에 대한 반작용으로 언론과의 긴장과 경쟁을 선언했지만 현재는 긴장관계 수준이 아닌 감정적 분노와 적대의 관계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열린우리당 김영춘 의원도 최근 “서민과 중산층의 삶을 개선할 해답을 제시하지 않으면 우리당은 좌파논리에 경도된 시대착오적 수구정당의 낙인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특히 “우리당이 혁명하듯이 정치를 했고, 청와대와 정부의 부족함을 바로잡지도 못했다”며 “대통령마저 무능하고 한심한 대통령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25년 뒤 ‘복지한국’의 미래상이 담긴 ‘비전 2030’ 시안에 대해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오긴 마찬가지다.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2030년이 되면 정부의 복지기능이 늘어나고 국민부담이 늘어난다”면서 “지금 상황에서 정부가 증세를 위해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가는 것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