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숙 신임 헌법재판소장 지명자의 임기가 ‘6년’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대법원장이 지명한 전 내정자가 사표를 내고 다시 임명을 받는 방식으로 6년 임기를 보장받은 것이 적절한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법적 허점을 이용한 ‘편법 임명’이 아니냐는 것이 쟁점이다.

헌법재판소법에는 ‘소장은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재판관 중에서 임명한다’고만 돼있다. 이 때문에 전 내정자가 대법원장의 지명에 의해 재판관에 임명된 2003년 8월을 기준으로 3년 동안 소장을 지낸 후 2009년 8월 퇴임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게 법학자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전 내정자를 사임시키고 다시 민간인 신분으로 임명하면서 소장에 지명하는 복잡한 방식을 택했다.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헌법기관의 수장에 대해 이런 편법을 동원한 것에 대해 법조계 내부에서는 비판의견이 많다.

고려대 법대 장영수 교수는 “임기가 3년이 남았으니까 남은 3년간 소장을 하는 것이 정상”이라며 “헌재 소장 임용에 편법을 쓰는 것은 사법부의 권위와 위상을 실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동국대 법대 김상겸 교수는 “굳이 따지자면 법적 하자는 없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헌법기관으로서 법률의 원래 취지를 어기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않다”고 말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헌법재판소법에는 어디에도 소장의 임기가 6년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며 “굳이 임기를 확보하려고 대법원장 임명자를 해임시키고 대통령이 다시 임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도 “속셈이 뻔한 편법적 임기 연장”이라고 거들었다.

이런 편법 논란을 청와대도 이미 예상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당초 전 지명자의 임기를 3년으로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발표를 하루 앞둔 지난 15일 밤 상황이 급반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임기를 3년으로 하더라도 대통령 추천 몫을 둘로 늘리려는 꼼수란 비판이 있을 수 있다”며 “이렇게 해도 논란, 저렇게 해도 논란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은 “대법관에 재직하고 있는 사람이 대법원장이 되는 경우 대법관 임기를 중단하고 대법원장 임기를 새로 시작했던 과거의 관행과, 헌재 소장은 대통령 임명대상이란 점을 고려했다”고 공식 설명했다.

노윤정기자 prufroc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