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4기 헌법재판소’를 구성할 전효숙 헌재소장과 5명의 재판관이 새롭게 내정되면서 헌재의 이념적 성향판도에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헌재의 이 같은 변화는 향후 사학법 위헌소송 등에 대한 결정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관련 쟁점을 놓고 첨예하고 대립해온 여야는 이들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벌써부터 정치공방을 계속 하고 있다.

여권으로서는 국정 운영의 부담을 덜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는 반면 야당 등 보수진영에서는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념 축 이동 가시화되나 = 헌재의 색깔 변화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꾸준히 감지됐다.

헌재는 2004년 신행정수도 특별법에 대해 8대1로 위헌 결정을 내렸으나 1년 뒤 행정도시 특별법에 대해서는 7대2 각하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와 관련, 법 자체의 차이보다는 헌재 재판관 구성의 변화 때문이라는게 중론이다. 지난해 새로 임명된 이공현, 조대현 재판관은 당시 행정도시특별법 관련 헌소 심의 등에서 ‘합헌’을 주장하며 나홀로 분투하던 전효숙 재판관에게 힘을 실어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 새로 내정된 일부 재판관들도 이 같은 흐름에 가세할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장 몫으로 지명된 민형기 인천지법원장은 ‘중도’로 분류되지만 국가보안법 관련 공안당국의 무리한 기소 경향을 견제하는 판결을 내리는 등 이념적으로 유연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법원 내부의 반발을 무릅쓰고 로스쿨 도입 등 사법개혁에 적극 나섰던 목영준 법원행정처 차장도 주목된다. 노무현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시절 친목모임인 ‘8인회’ 멤버로서 ‘코드인사’ 꼬리표가 따라다닐 김종대 창원지법원장은 오히려 보수에 가깝다는 평가도 있다.

◆보수·진보 진영의 엇갈리는 평가 = 최근 ‘코드 인사’ 논란에도 불구, 이날 노무현 대통령이 전 헌재소장 임명을 강행하자 보수 진영에서는 “사학법 위헌 소송을 비롯해 모든 것이 이제 물 건너 갔다”고 아우성을 쳤다.

반면 진보 진영에서는 “중도 또는 보수 성향의 고위 법관들이 서열에 따라 임명된 수준에 머물렀다”는 평가를 내놓으며 보수 진영의 우려를 일축했다. 당초 후보자 명단에 거론됐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 조용환 변호사가 배제되는 등 개혁인사로는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4기 헌재’의 부담 = 헌법소원 사안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경우가 많지만 ‘4기 헌재’ 앞에는 특히 정치적 판결 논란이 우려되는 소송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12월 사학법인 등은 “개방형 이사제 도입 등이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저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재판관 과반수 교체를 앞두고 결론을 미뤄놓았다. 올해 안에 판결이 예상되지만 여야가 사활을 걸고 부딪친 사안으로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다. 지난 6월 서울행정법원에 종합부동산세 부과를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행정소송과 함께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제기한 서울 강남지역 일부 주민들도 결국 헌법소원을 낼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약자가 아닌 ‘부자들의 집단소송’으로 주목되는 가운데 헌재의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공무원노조법과 관련, 단결권 제한의 위헌 여부를 가려야 하는 것도 진통이 예상된다.

정혜승기자 hsje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