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해 수해복구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2조1549억원을 책정했다. 부족한 돈을 추가로 마련하기 위해 1조3000억원 규모의 적자국채 발행도 확정했다.

전문가들은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 편성은 없다고 공언한 정부가 올해도 어김없이 수해복구를 명분으로 돈을 풀려고 하고 있다”며 “재정집행의 효과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매년 되풀이되는 추경은 재정규율을 흐트러뜨리고 국민부담을 오히려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17일 오전 한명숙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태풍 에위니아와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복구비 1조7600억원, 9월 이후 발생할 재해대책 예비비 3000억원, 지난해 지방교부세 정산분 949억원 등 모두 2조1549억원을 추가경정예산으로 편성했다. 정부는 추경에 필요한 자금은 지난해 쓰다 남은 일반회계상의 세계잉여금 8549억원 외에 1조3000억원 규모의 국채를 찍어 마련키로 했다. 정부는 이같은 추경편성안을 금명간 국회에 제출, 국회 의결을 거쳐 오는 9월부터 본격 집행할 예정이다.

강계두 기획예산처 행정재정기획단장은 “일반적으로 복구비는 피해액의 1.5~1.7배지만 올해는 도로나 하천 등 항구적으로 복구해야 할 대상이 많아 피해액의 1.9배를 적용해 산출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상·하반기 균등하게 재정을 집행하면서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편성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해왔다. 하지만 하반기 경기둔화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고 그 결과 수해복구를 명분으로 추경을 편성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본예산 외에 이같은 추경편성이 매년 되풀이되면서 재정규율이 크게 흐트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1993년 한해를 제외하고 90년대 이후 정부는 각종 명목으로 추경을 편성해왔다. 더욱이 부족한 재원 마련을 위해 국민들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할 적자국채 발행이 크게 늘어나면서 나라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올해 7조9000억원의 적자국채 발행을 이미 예정하고 있으며 추경편성이 확정되면 올해 전체 적자국채 발행액은 9조2000억원에 이르게 된다.

송길호기자 khs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