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듯이, 브로커를 갈취해 살아가는 검찰 수사관과 경찰관들의 엽기적 행태가 화제다.

차관급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어울려 조사를 받는 브로커 김홍수씨는 판·검사 ‘영감님들’보다 훨씬 하위직급인 일선 수사관들 앞에선 ‘고양이 앞의 쥐’처럼 마구 뜯긴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4월28일 서울고법 형사1부에서 징역1년형이 확정된 전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 차모(39) 수사관. 그는 2004년 12월20일 저녁7시쯤 김씨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일식집으로 불러내 “내가 강력부 수사관인데 조폭들과도 잘 안다.

당신을 3개월간 내사했다”고 김씨를 협박한 뒤 “500만원이 필요하니 도와달라”고 해 즉석에서 100만원짜리 수표 5장을 받았다. 한달쯤 뒤에는 강남구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 로비에서 김씨에게 “2000만원만 빌려달라”고 해 또 500만원을 받았다. 차 수사관은 또 삼성동의 모 룸살롱에서 16차례나 마신 술값 2683만원을 김씨 앞으로 달아놨다.

브로커 뜯어먹기에 경찰관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 서울 노량진서 수사과 김모(50) 경사는 김씨가 사기죄 등으로 고소를 당하자 고소인과 김씨의 합의를 주선해 주고 김씨로부터 사례비를 챙겼다가 지난 4월 항소심에서 징역2년6월을 선고받았다.

김 경사는 2004년 10월13일 노량진서 수사과 조사계 사무실에서 김씨에게 “고소인으로 하여금 고소를 취하하도록 중간에서 원만히 해결해 줄테니 ‘인사’를 하라”며 브로커 김씨의 브로커 노릇을 자처했다. 이에 김씨는 같은달 18일 500만원과 다음달 1일 300만원을 합의 주선 사례금으로 각각 건넸고 다음날 김씨에 대한 고소는 취하됐다.

그러나 김 경사의 탐욕은 그칠 줄 몰랐다. 김 경사는 김씨에게 수차례 전화해 “고소인과 합의하도록 해줬으니 인사를 더 하라”고 집요하게 추가사례를 요구했고, 열흘쯤 뒤 500만원을 더 뜯어냈다. 김 경사는 수사과정에서 김씨가 수입해 판매하는 이란산 카펫이 장당 2000만~3000만원 한다는 것을 알고는 “그런 양탄자 하나 가졌으면 좋겠다”며 1개월간 노골적인 요구를 계속했다.

전 서초서 조모(34) 경장은 지명수배중인 금융브로커 박모 씨가 조직폭력배에게 잡혀 있자 김씨와 함께 구출하러 갔고 후에 사례금조로 550만원을 받았다가 지난 4월 항소심에서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권총을 찬 채 정복을 입고 근무중이던 조 경장은 도피중인 금융브로커를 현장에서 체포하기는커녕 구출하는 데 한몫했다가 끝내 쇠고랑을 찼다.

김세동기자 sdg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