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대표선수는 정신력과 사명감은 어느 나라보다도 강했지만 기술적인 부분과 스피드가 떨어졌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2006독일월드컵축구대회에 출전한 대표팀에 대한 평가를 내놓았다. 이영무 기술위원장은 18일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16강진출에 실패해 열렬한 성원을 보내준 국민에게 죄송하다”면서 “그렇지만 1승1무1패로 32개 출전국 가운데 17위를 했다는 점에서 희망을 봤다”고 대회 전반을 평가했다.

그는 경기별 평가에서 “첫 경기인 토고전 전반전에서 스리백(3- back) 시스템을 채택한 것은 문제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토고전에선 다득점을 노렸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아드보카트 감독은 가나와의 최종 평가전에서 포백을 썼다가 수비가 무너지는 걸 보고 불안감을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스리백을 쓰려면 먼저 평가전에서 한 차례 정도 시험을 해봤어야 했다. 늘 포백을 쓰다가 스리백으로 바꾼 게 선수들을 경직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토고전을 2-1로 앞선 상황에서 관중의 야유를 들어가면서까지 볼을 돌린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홍명보 코치는 ‘1승이 목표였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 신현호 기술위원은 “토고에서 한 명이 퇴장한 상황인 만큼 역전에 성공한 뒤 계속 밀어붙였어야 했는데 아드보카트 감독이 막판에 볼을 돌리도록 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1승에 너무 집착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기술위는 또 아드보카트 감독이 전지훈련지를 스코틀랜드로 선택한 것과 컨디션 조절에 대해 “대체로 잘 됐다고 평가하지만 우리 선수들에게는 낯선 유럽 방식을 채택한 점은 아쉬웠다”고 평했다. 신 위원은 “토고전에서 100%로 컨디션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었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러지 못했다. 토고전에 임할 때 선수들의 컨디션이 100%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아드보카트 감독의 선수 기용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감독의 몫”이라며 평가를 피했다.

기술위는 “독일월드컵에서의 한국대표팀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한국축구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세울 것”이라며 다음달 중순까지 대회 평가보고서를 제작해 일선 지도자들에게 배급하겠다고 밝혔다.

박광재기자 kj5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