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누이에 대한 심한 욕을 들었다.”

지네딘 지단(34·프랑스·사진)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지단은 13일 새벽(한국시간) 프랑스 TV(Canal plus)에 출연, 이탈리아와 벌였던 2006 독일 월드컵 결승전에서의 퇴장에 대해 처음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박치기 반칙으로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지단은 “그 경기를 봤던 모든 어린이들이 나를 용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문을 열고 “마테라치가 몇차례 나의 셔츠를 잡아 당겨 ‘셔츠를 원한다면 경기 끝나고 교환할 수 있다’고 하자 마테라치가 나의 어머니와 누이에 대해 매우 거친 말을 했다. 그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는데 마테라치가 말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테라치의 발언 내용에 대해서는 “매우 참기 힘든 말이었으며, 나의 어머니와 여동생과 관련한 매우 개인적인 말이었다. 만약 당신이 그 말을 한번이라도 들었다면 당장 그 자리를 떠났을 것”이라고만 말하고 구체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지단은 당시 정황에 대해 그처럼 설명한 후 “박치기로 대응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후회한다면 이는 마테라치가 옳았다고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 그는 “그런 말을 듣느니 차라리 마테라치의 턱에 주먹을 날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타인을 존중해야 되고 또 타인으로부터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고 내 아이들에게 가르쳤다. 아무 대응도 없이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지단은 “나의 마지막 경기였고 종료가 10여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순식간에 일이 벌어졌다”며 자신은 무엇보다도 한 사람의 인간이라며 감정이 격해져 일어난 일로 해명했다.

지단은 마테라치가 자신을 이슬람 테러리스트로 불렀다는 일부 소문은 부인했다. 이어서 지단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진상 조사 결정에 대해 “누군가 마테라치의 입술을 읽을 수 있다면 내가 진실을 이야기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진정으로 죄가 있는 사람이 벌을 받아야 한다”며 “나는 어느 누구도 공격하고 싶지 않고 내 자신을 보호하길 바란다. 나는 잘못된 행동으로 벌을 받았다”고 자신의 입장을 변호했다.

자신의 향후 진로와 관련해서는 “난 다시 그라운드에 돌아가지 않는다. 적어도 그러기를 희망한다. (은퇴) 결정은 분명하다. 난 쉬고 싶다. 그리고 나중에 다른 뭔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마르코 마테라치는 이탈리아의 가제타 델로 스포츠와 회견에서 지단을 모욕하는 말을 했다고 인정했지만 인종차별적, 종교적, 정치적 발언이나 지단의 어머니와 관련된 욕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마테라치는 “지단은 항상 나의 영웅이었다. 그에게 크게 감탄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택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