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 글은 프랑스가 우승했다면 ‘축구는 아름답다’라고 정할 예정이었습니다. 세계 최강의 자물쇠수비라는 이탈리아의 수비를 유린한 프랑스의 공격은 예술이라는 표현이 어울렸습니다. 은퇴 경기를 맞은 지단은 그라운드를 호령했고 앙리가 왜 세계 최고의 공격수라고 불리는지 그 이유를 분명히 알려준 경기였습니다.

세상에 저 팀이 우리에게 비기고 비난을 한 몸에 받던 그 프랑스가 맞단 말입니까. 강팀이 잘하는 것은 갈수록 강해지는 데 있는 모양입니다. 분명 그들의 플레이는 우리와 할 때보다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승은 이탈리아가 했습니다. 물론 이탈리아도 우승할 만한 팀입니다. 프랑스가 브라질을 꺾었다면 이탈리아는 독일을 이겼습니다.

그러나 왠지 프랑스가 우승한 것보다는 덜 기쁩니다. 어떤 덜 떨어진 중국의 해설자는 ‘이탈리아 만세’라고 호들갑을 떨다가 해고를 당하기도 했지만 이탈리아의 거친 플레이는 가끔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더구나 승부조작 같은 추문이 꼬리를 무는 판이니 월드컵 챔피언이라는 영예를 안기에 부족한 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단결하여 우승한 것은 칭찬 받을 만합니다. 전통적인 수비 팀이었던 팀 컬러를 공격적으로 바꾼 감독의 승리이기도 합니다.

지단은 아쉽습니다. 그는 위대한 선수로 영예롭게 은퇴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고 말았습니다.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사람들의 감탄을 불러일으킬 만큼 훌륭했는데 순간의 흥분을 참지 못하고 퇴장을 당했습니다.

그의 퇴장은 곧 프랑스의 패배를 뜻하기도 합니다. 동갑내기인 피구가 반칙으로 쓰러뜨렸을 때에도 화내지 않고 일어나 손을 맞잡던 지단은 어디 갔단 말입니까. 결국 이 글은 ‘축구는 아름답다‘에서 ‘완벽한 마무리는 어렵다’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축구에서 세상사를 봅니다. 심판이 있어도 공정하지 못한 경기는 이 세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한 사람이 제 몫을 못하면 팀 전체가 무너지기도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지단처럼 완벽한 마무리는 어렵다는 것을, 아무리 성숙하여도 순간의 흥분을 참지 못하면 참담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웁니다. 물론 지단은 지금도 위대한 선수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우승했다면 그 평가는 배 이상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멋진 영웅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축구선수들은 물러날 때를 압니다. 피구나 칸, 최진철 선수처럼 할 바를 다하고 후배를 위해 물러나는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추문을 일으키고 은퇴를 선언하고는 눈치를 보며 다시 기어 나오려는 사람들은 제발 좀 보고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우리는 자부심을 가질 만합니다. 결승전에 올라가서 거의 우승할 뻔한 프랑스와 비겼으니 말입니다. 따지고 보면 이탈리아의 부폰도 우리에게 두 골을 먹었던 골키퍼입니다.

적의 공격을 물리치는 강력한 수비와 든든한 문지기가 필수인 시대입니다. 그나저나 저 심판은 왜 또 나왔나요? 그래서 축구는 묘한 것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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