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감동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국민들의 뜨거운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태극전사들은 스위스와의 2006독일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승리를 거둬 16강문턱을 넘어서야 한다.

그러나 한국이 꼭 16강에 진출해야만 할 개인적인 이유도 태극전사들에게는 있다.

첫번째가 가족과의 약속이다.

조별리그 1차전 토고와의 경기에서 멋진 프리킥골로 2-1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던 이천수는 동갑내기 여자친구 김지유(25)씨에게 ‘16강에 간 뒤 멋지게 청혼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김씨는 2001년 미스코리아 진 출신이자 현재 패션모델로 활약중이다.

대표팀 부동의 수문장 이운재는 토고전이 열렸던 프랑크푸르트에서 결혼기념일을 보냈다. 결혼 8년차인 이운재는 그날 아내에게 “어떤 선물이 가지고 싶냐”고 물었다. 그때 돌아온 대답이 “몸 건강히 돌아오는 것과 16강 진출”이었다.

태극전사들이 또 16강에 진출해야 할 이유는 이적과 해외진출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전지훈련 당시부터 현지 프로팀인 허츠로부터의 입단제의설이 나돌던 안정환은 토고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이후 더욱 주가가 급등했다.

에이전트인 톰 샌더스는 이와 관련, “이번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다른 팀에서도 좋은 조건의 입단 제의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현재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해 스페인, 스코틀랜드, 네덜란드, 벨기에리그 등에서 얘기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설기현도 마찬가지다. 얼마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설기현은 “소속팀(울버햄프턴)이 1부 리그 승격에 실패했지만 프리미어리그의 몇몇 팀이 내게 관심을 보였다”며 “현재 이적 협상중이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러나 “이적문제는 월드컵이 끝난 후에 추진하고 싶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16강 진출여부는 설기현의 이적에 분명히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지성은 조금 다른 이유로 16강 진출을 꿈꾸고 있다. 네덜란드와 잉글랜드 등 해외리그를 돌며 주위에서 박지성이 귀가 아프게 들은 말이 “한국의 2002 월드컵 4강진출이 홈그라운드의 이점과 심판의 편파적인 판정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박지성은 그와 같은 편견을 이번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깨뜨려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하노버 = 이경택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