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1일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팀의 논문조작 사건을 수사해 온 검찰은 연인원 950여명의 관련자들을 소환조사한 끝에 12일 144쪽의 수사 결과 보고서를 내놓았다. 사상 초유의 사건인 만큼 흥미진진한 뒷얘기도 많았다.

사건의 주연급인 황 전 교수는 수사 중반인 3월2일 검찰에 첫 소환된 뒤 두 달 가까이 출퇴근 조사를 받았는데 검찰에 출두할 때 목에 조그만 목검(木劍)을 걸고 있었다고 한다. 그 이유를 묻는 수사관에게 황 전 교수는 “이걸 차고 다니면 검찰에 맞서 이길 수 있다며 어느 스님이 줬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황 전 교수는 또 3월 한 인터넷 사이트를 중심으로 ‘검찰이 황 교수를 독살하려고 한다’는 황당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자 검찰이 제공한 식사는 물론, 물 한잔도 입에 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사를 위해 검찰은 특수부와 형사부, 첨단범죄수사부 검사 9명을 포함해 총 63명의 특별수사팀을 구성했다. 팀장은 지난해 ‘철도공사 유전개발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홍만표 특수3부장이 맡았다. 황 교수의 연구비 횡령 부분은 서울지검 첫 여성 특수부 검사이자 지난해 대학 연구비 횡령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이지원 검사가 담당했다.

수사진에 대한 황우석지지자들의 압력도 상당했다. 일부 열성 지지자들은 자신들의 사이트에 특별수사팀 검사들의 자녀 이름과 다니는 학교명을 올리며 은근한 위협을 가했고 검찰은 수사팀과 가족들의 신변안전을 위해 경찰에 자택 경비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 수사발표를 앞두고도 검찰은 황 전 교수 지지자들이 검찰 청사에 난입하거나 투신자살을 시도할 것이라는 정보에 따라 발표장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는 한편 서울중앙지검 인근 고층빌딩 관리인들에게 옥상 출입문을 봉쇄하도록 당부했다고 한다.

검찰은 줄기세포 섞어심기에 황 전 교수와 김선종 연구원이 공모했는지를 밝히기 위해 거짓말탐지기 조사까지 벌였다. 이 조사에서 김 연구원이 단독으로 섞어심기를 했고 황 전 교수는 공모하지 않았다는 데 두 사람의 반응이 일치했고 이는 검찰의 최종 결론으로 이어졌다. 두 사람을 포함해 박종혁, 권대기 연구원 등 핵심 관계자 7명을 조사할 때는 진술의 신빙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요 진술을 모두 녹음하고 동영상까지 제작했다고 한다.

김세동기자 sdg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