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과 극적인 탈북과정을 겪으며 영화 같은 삶을 살았던 원로 영화감독 신상옥씨가 11일 오후 11시39분 서울대병원에서 별세했다. 80세. 신씨는 2004년 2월 C형 간염으로 간이식 수술을 받은 데 이어 최근 재수술을 받고 상태가 호전됐다가 지난 3월말 급작스럽게 병세가 악화돼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신감독은 경성중학교와 일본의 도쿄(東京)미술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조감독 생활을 해오다 1952년 영화 ‘악야’로 감독 데뷔한 이후 ‘로맨스 빠빠’(1960),‘성춘향’(1961),‘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등의 영화를 만들며 1960년대 한국 영화 황금기를 이끌었다.

신감독은 1953년 영화배우 최은희씨와 결혼했다. 1978년 1월 최씨가 납북됐으며 7월 신씨도 홍콩에서 납북돼 북한에서 ‘소금’ 등의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어 1986년에 최씨와 함께 북한을 탈출해 미국에 머물다가 2000년 한국으로 돌아오는 등 신씨의 삶은 그 자체가 한편의 영화처럼 극적이었다.

유족으로는 부인 최은희씨와 2남2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02-2072-2091∼2).

영결식은 영화인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15일 오전. 장지는 경기 안성시의 천주교 묘원.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