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글자를 배울 때,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언제나 엄마 앞에 앉아서 그 날 배운 단어를 방바닥에다 손가락으로 써 보이곤 했습니다.

‘어머니’나 ‘아버지’, ‘우리 나라’ 같은 단어를 맨질맨질하고 따뜻한 방바닥에 쓰노라면 틀리면 어쩌나 조바심도 나고 너무 재미가 있어서 킥킥 웃음이 새어나오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손가락을 뿍뿍 문질러 글씨를 써도 방바닥에는 당연히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언제나 아주 잘 썼다며 엉덩이를 두드려 주었습니다. 어른들 눈에는 손가락으로 쓴 글씨가 또렷하게 다 보이는가 보다 생각했지만, 지금은 내가 어떻게 쓰든 엄마가 엉덩이를 두드려 주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엄마가 된 나도 딸아이가 ‘토끼’를 ‘타끄’라고 하거나 ‘안녕히 주무세요’를 ‘아녀어’라고 할 때 ‘아이, 참 잘 했다!’고 말해 줍니다. 발음이야 어떻든 간에 아이가 ‘토끼’라고,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말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잘 했다고 엉덩이를 두드려 줄 때 아이가 으쓱해하고 행복해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동화를 쓰고 싶습니다. 그런 동화를 쓰게 된다면 그것은 아마도 내 어린시절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셨던 부모님의 덕일 것입니다.

늘 동화 쓰라고 등떠밀어 준 남편과 세상에서 제일 예쁜 딸 율이, 무엇보다도 지금 뱃속에 있는 둘째에게 기쁨을 돌립니다.

언제나 글을 열심히 쓰라고 격려해 주셨던 현길언 선생님과 동화 쓰는 사람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신 이금이 선생님, 부족한 원고를 꼼꼼히 읽고 살펴서 뽑아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