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에게 모유 이상의 영양식은 없다. 그러나 모유가 모자라거나 모유를 먹일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분유를 선택하는 어머니가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훨씬 많다. 우리나라의 모유수유율은 지난 2003년 15.5%였다. 모유 수유가 증가추세지만 유럽 75%, 미국 52% 등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다. 모유를 먹일 수 없을 때는 모유와 성분이 근접한 분유를 선택해야 하지만, 분유 성분을 제대로 살펴보는 경우는 별로 없다.

국내 분유제조사 대부분은 생후 6개월이상 성장기 아기용으로 유성분이 60%에 미달하는 ‘조제식’을 생산하고 있다.

유성분이 60%를 넘는 ‘성장기용 조제분유’는 국내에서 일동후디스 제품이 유일하다. 외국산 분유는 국내 수입용으로 제조된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 유성분 60%이하 ‘조제식’은 없다.

‘조제식’은 국내기준상 ‘분유’가 아닌 ‘식품’으로 분류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이를 알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분유 성분을 비교해 유아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모유의 영양=모유는 아기에게 최고의 영양식이다. 모유 안에는 유당이 7.1%로 다른 포유동물보다도 많이 들어있다. 유당은 뇌를 비롯한 중추신경계의 발육을 촉진하고 아기 장내의 비피더스 유당균 등의 성장을 촉진해 장 질환을 예방한다. 모유에 들어 있는 철분은 아기에게 흡수가 잘돼 철분결핍으로 인한 빈혈을 예방할 수 있다. 모유에 4% 정도 함유된 지방분은 불포화지방산으로 아기의 성장을 위하여 적절한 양이다. 모유안의 단백질은 소화와 흡수가 잘되는 ‘훼이(whey)’단백질이 60%이상을 차지한다.

모유를 먹고 자란 아기들은 호흡기 감염이나 장염 등의 감염성 질환을 적게 앓는다. 이는 모유에 함유된 면역세포나 면역물질의 효과 때문이다. 또 모유에는 중추신경계(뇌, 망막 등) 발육에 필요한 타우린, DHA와 아라키돈산 등의 물질이 있어 영아 및 미숙아에게 먹일 때는 학습능력 및 기억능력이 높아진다.

◈조제분유와 조제식의 차이=대부분의 분유제조사는 생후 6개월 이전 아기용인 1, 2단계로 조제분유를. 6개월 이후인 3, 4단계는 조제식을 생산하고 있다.

‘성장기용 조제분유’는 ‘원유 또는 유가공품을 주원료로 생후 6개월 이상 영·유아의 성장, 발육에 필요한 무기질, 비타민 등 영양소를 첨가해 모유 성분과 유사하게 가공한 분말상의 모유 대용품’으로 ‘유성분이 60% 이상 함유돼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성장기용 조제식’은 ‘분리대두단백 등 단백질 함유 식품을 원료로 생후 6개월 이상 영·유아의 정상적인 성장, 발육에 필요한 무기질, 비타민 등 영양소를 첨가해 분말 또는 액상으로 가공한 식품’으로 분류된다.

유성분 60% 이상인 ‘성장기용 조제분유’는 유아 성장에 필요한 유당이 모유와 비슷하게 함유돼있다. 유당은 모유의 주 탄수화물로서 에너지원뿐만 아니라 유아의 뇌 발달 및 칼슘 흡수, 성장에도 도움을 주는 등 유아의 성장발달에 필수적인 영양성분이다. 반면에 ‘성장기용 조제식’은 유당이 조제분유의 80% 수준이다.

◈소비자의 알권리 필요=세계보건기구(WHO)는 6개월 이하 아기들이 먹는 ‘조제분유’에 대해 광고 금지를 권유하고 있다. 이는 모유 섭취가 가장 필요한 이 시기에 무차별한 분유 광고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6개월 이후 아기들이 섭취하는 ‘성장기 조제분유’는 국가별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성장기 조제분유’에 대해서 광고를 허용했지만 지난 2월부터 금지 품목으로 지정했다. 결과적으로 유성분이 60% 미만인 ‘성장기 조제식’제품만 계속 광고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제분유의 광고가 전면 금지되고 조제식 광고만 가능한 상황에서 주부들은 아기에게 필요한 분유 제품이 어느 단계의 어떤 형태인지 합리적으로 판단할 사전 지식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소비자가 분유 성분, 식품 유형 등을 꼼꼼히 비교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정보제공이 가능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우기자 jw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