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러시아의 4대 음유시인 중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율리 김(69)이 내달말 서울에 온다. 아버지가 ‘고려인’이었던 그의 방한은 이번이 처음으로 시선집, CD발간에 맞춰 내달 2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과 30일 건국대 새천년홀에서 ‘시와 노래가 있는 콘서트’를 가질 예정이다.

율리 김의 아버지는 그가 2세 때 스탈린 치하에서 일제 간첩이라는 누명을 쓰고 총살 당했으며, 러시아인이었던 어머니는 고려인의 아내라는 이유만으로 유형을 살아야 했다. 그는 모스크바 국립 사범대 재학 시절에 이 같은 가족사를 알게 됐고, 바르드 음악(음유시)을 통해 스탈린체제에 저항하는 인권운동을 시작했다.

이로 인해 그는 교사 직업을 박탈당했고, 성도 ‘김’을 버리고 ‘미하일로프’로 바꿔야 했다. 당연히 그의 노래와 시는 금지목록에 들어갔으나 그는 ‘강철로 만들어진 함선 사이에 외로운 돛단배가 되어 하얀 돛을 빛내리라’는 자신의 시에서처럼 바르드의 항해를 계속했다. 이대우 경북대 노어노문학과 교수는 “율리 김의 시 작품은 억압체제 속에서의 힘겨운 삶을 진지하게, 때론 경쾌하게 노래로 풀어낸 것으로 소비에트 시대에 러시아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극작가, 시나리오 작가로도 활약했으며, 85년부터는 자신의 이름 율리 김을 되찾고 문학과 음악 활동을 활발히 펼쳐왔다. 책 ‘율리 김, 자유를 노래하다’를 펴낸 최선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는 “삶 자체의 부조리에 대해 그의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울음섞인 시선까지 느끼게 되면 그의 노래를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공연 문의 02-2237-9386, 7 장재선기자 jeije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