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위한 봉사가 좋고, 국가에 기여하는 바가 결코 적지 않으며, 외국어 실력도 맘껏 뽐낼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자원봉사자 이해영(58)씨는 ‘통역 도사’로 통한다. 자신의 반 평생, 지난 30년 동안 무려 3만 시간을 미국과 한국에서 무료 통역 자원봉사자로 일하면서 따라붙은 별명이다. 이씨는 오는 8월 세계 기네스북에 자신의 대기록을 올릴 참이다.

국내 신기록 검증기관인 한국기록원은 12일 “이씨의 3만 시간 무료 통역자원봉사 활동은 각종 자료분석으로 대부분 입증됐다”면서 “오는 8월 이씨를 영국 기네스월드레코드사에 기네스북 인물·장소분야(People and Places) 신기록 등재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기록원측은 그 기간만큼이나 방대한 분량의 자원봉사 확인서 등 이씨의 각종 기록 검토작업을 벌이면서 이씨의 대기록 기네스북 등재는 ‘따놓은 당상’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이씨의 무료 통역일은 지난 74년 시작됐다. 이씨가 미군 부대서 근무하면서 습득한 영어를 더 배워볼 요량으로 도미하면서부터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이씨는 변변한 일자리를 잡을 수 없어 뉴욕과 LA를 오가면서 구두닦이, 빌딩 청소, 주유소 주유원 등 험한 일로 생계를 꾸려야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통역일을 할 기회가 찾아왔다. 이씨는 당시 영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던 LA 한인회로부터 외국 귀빈 통역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던 것.

이씨는 이후 뉴욕, LA 한인회의 전문 통역사로 나섰고, 미국 정치인 보좌관들의 한국어 통역도 맡아 활동했다. 최선을 다하는 이씨의 봉사활동은 곧바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한국에까지 유명세를 탔다.

이씨는 지난 88년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 정부 관계자의 추천으로 귀국한 직후 본격적인 통역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미국서 궂은 일로 벌었던 돈을 이동통신업체에 투자,가족 부양과 생계유지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게 된 것도 자원봉사에 전념하려는 그에게는 마냥 신나는 일이었다. 이씨는 88올림픽과 2002 한·일 월드컵, 대전 엑스포, 이천 세계도자기 축제, 세계 태권도 대회 등 굵직한 세계대회에는 빠짐없이 참가했다.

이씨는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자원봉사 첨병이란 자부심으로 즐겁게 일했다”면서 “특히 2002 월드컵 때는 한국축구와 문화를 널리 알리는 기회가 돼 보람이 컸다”고 밝혔다.

이씨는 1만5000명이 지원한 월드컵 통역 자원봉사자 모집 테스트에서 1위로 당당히 선발돼 주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씨는 또 “지난 5월 아시아태권도 대회에 참가한 에밀 라후드 레바논 대통령의 딸 커리네 머 씨로부터 통역봉사에 대한 감사패를 받은 일도 기억이 남는다”고 회상했다.

그는 뛰어난 영어에다 재미 삼아 독학으로 익힌 불어와 일어 실력도 만만치 않다고 주변사람들은 귀띰했다.

현재 이씨는 수원자원봉사센터와 한국관광공사에서 통역 자원봉사자로 활동중이다. 그는 평소 경기 남양주시 몽골문화촌, 다산 정약용 유적지, 용인 에버랜드, 수원화성 등 한국 유명 관광지를 찾아 관광가이드 역할을 수행한다.

이씨는 “통역을 위해 한국 문화와 역사 공부도 틈틈이 했다”면서 “그래서인지 새벽 4시에 경기도 용인시 집을 나서 남양주시 몽골문화촌까지 전철과 버스를 4~5번씩 갈아타고 4시간씩 걸려 가는 통근도 즐거운 일과일 뿐”이라고 했다. 이씨는 “힘 닿는 데까지 통역 자원봉사를 하겠다”면서 “최소한 앞으로 10년 동안 1만 시간은 더 무료 통역일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수균기자 freew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