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는 여전히 우리에게 뼈저리게 중요한 곳이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그 무서운 힘을 절감했지만 지금도 투자은행의 보고서 한장으로 한 나라의 신용등급이 좌우되고 투자자금 흐름이 결정되기도 한다. 월스트리트에 본부를 둔 씨티은행은 우리나라 한미은행을 인수했고, 영국계의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제일은행의 새 주인이 됨으로써 이제 월스트리트는 우리 금융시장의 주요 플레이어가 됐다.

뉴욕총영사관 우태희 상무관이 쓴 이 책은 월스트리트 탐험서라고 할 수 있다. 2002년부터 뉴욕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대미수출과 해외자본 유치 지원업무를 하면서 월스트리트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뉴욕을 방문하는 서울 손님들을 안내하면서 맞닥뜨려야 했던 질문들을 푸는 과정이기도 했다.

아예 50권이상의 관련서적을 섭렵하고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이코노미스트, 비즈니스위크,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 등의 신문 잡지도 꼬박꼬박 찾았다.

월스트리트 하면 벌써 금융용어 때문에 주눅들기 십상이지만 이 책은 국제금융과 주식·채권시장에 관심있는 초보자를 염두에 두고 썼다. 그렇지만 어느 전문가와 얘기해도 손색이 없도록 월스트리트 관련정보를 통계, 비교자료, 일화로 묶어냈다.

행정고시를 수석합격, 상공부에서 공직을 시작해 산업정책과장을 거쳤고 올초에는 해외투자유치 공로로 외교통상부 장관상을 받은 필자의 욕심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문헌적인 정보뿐 아니라 실제 뉴욕에서 외국인투자가를 만나면서 익힌 실무적인 체험까지 아울렀다.

이 책에는 월스트리트를 주름잡는 투자은행, 금융회사들의 CEO와 펀드매니저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정상에 올랐는지를 다루면서 CEO의 리더십 투자원칙상의 차이점 등이 정리돼 있다. 또 역사뿐 아니라 인맥 제도 문화 등도 함께 설명돼 있다.

금융기관간 인수합병 움직임, 대형스캔들의 원인과 배후인물, 그리고 사후대책, 신용평가와 감독기관 얘기, 투자은행(IB)들의 경쟁, 기업공개의 어려움, 애널리스트의 세계, 9·11이후의 월스트리트와 미국경제, 리스크매니지먼트 등이 6개장으로 나눠서 다뤄졌다.

최형두기자 choih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