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와 삼성, 김재박과 김응용 감독이 맞붙은 한국시리즈는 과연 한 치의 양보도 없다.

1승2무1패. 25일의 4차전은 두 사령탑의 기 싸움이 절정에 이르른 게임이었다. 삼성은 선발투수인 배영수가 눈부신 역투를 펼쳤고, 이른바 ‘쌍권총’이라는 권오준과 권혁이 뒤를 받쳤다. 이에 맞서 현대는 피어리, 이상열, 신철인에 이어 특급 소방수인 조용준까지 투입하는 총력전으로 맞섰다.

특히 조용준을 투입했고 무려 4이닝을 던지게 한 건 일종의 모험이었다. 김재박 감독은 조용준 카드를 꺼내들면서 “오늘 게임을 질 경우 한국시리즈에서 진다”는 경각심을 선수단에게 주입하려 했고, 결과적으로 모험은 성공했다.

김응용 감독은 불만스럽다. 홈에서 3차전을 이긴 여세를 몰아 4차전마저 이기고 싶었으리라. 또한 에이스인 배영수가 역투를 펼치고도 이기지 못한 것도 아쉬웠으리라.

김응용 감독은 “경기가 이렇게 끝나는 게 어딨느냐. 메이저리그는 밤새워서라도 승부를 끝낸다”는 말로 아쉬움을 달랬다.

1~4차전 양 팀 사령탑의 기 싸움은 막상막하였고, 특히 4차전은 기 싸움이 절정에 이르렀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양팀은 투수력 소모가 많았다. 특히 4차전은 투수력을 앞세운 총력전이었으며 이로 인한 후유증은 앞으로 양 팀 감독에게 큰 고민거리가 될 것이다.

김재박 감독은 “24일 중심타선에게 제몫을 다해달라고 주문했고 비디오 분석까지 했다. 브룸바에게는 스윙이 크다는 걸, 심정수에겐 소극적으로 타석에 들어서지 말라고 지적했다”고 털어놓았다. 현대의 중심타선이 슬럼프에 빠진 건 김재박 감독에겐 계속 큰 짐이 되고 있다.

이제 남은 게임은 잠실구장으로 옮아가 치러진다. 잠실구장은 넓고 그만큼 체력적인 부담이 늘어난다. 체력안배를 적절히 하고, 집중력과 출루율을 높이는 게 남은 승부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iTV 해설위원 www.gbk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