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1차전은 현대 벤치의 의도대로 경기가 풀려 나갔다. 그리고 현대는 집중력과 응집력에서 삼성보다 앞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양 팀의 올시즌 상대 전적은 현대가 10승7패2무로 앞선다. 그런데 팀 방어율과 팀 타율은 오히려 삼성이 앞선다. 이 의미는 투수를 괴롭히고 벤치의 지시를 이행하는 능력과, 루상에 주자가 있을 때 홈으로 불러들이는 응집력에서 현대가 앞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현대는 작전수행 능력과 응집력을 계속 유지해야 하며, 삼성은 이 같은 현대의 장점을 누그러뜨려야 한다.

삼성은 특히 조용준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대의 마무리 투수인 조용준은 올시즌 75이닝을 투구했으나 홈런을 단 한 개도 얻어맞지 않았다. 장기인 슬라이더와 칼날에 비유되는 컨트롤 덕이다. 응집력에서 뒤지는 삼성은 선취점을 잃고, 그리고 조용준이 등판했을 때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21일의 1차전은 실책에 의해 희비가 엇갈렸다. 삼성은 유격수 조동찬의 수비 실책으로 기선을 제압당했다. 그리고 공격에선 김재걸의 7회 스리번트 아웃이 뼈아팠다. 스리번트 또한 큰 범주에선 실책에 포함된다. 김응용 삼성 감독도 “조동찬의 수비 실책과 번트 실패가 패인”이라고 인정했다. 스리번트는 일종의 모험이지만 필자는 빅게임에서는 충분히 구사할 수 있는 작전이라고 본다.

따라서 2차전 이후의 승부 역시 실책에 의해 갈라질 가능성이 크다. 삼성은 박종호가 허벅지 부상으로 빠진 2루, 그리고 현대는 브룸바가 자리잡은 3루가 구멍 후보(?)다. 두 포지션에 따라 삼성과 현대의 전체 수비진은 쉽게 허물어질 수 있다.

2차전 선발투수는 현대는 정민태, 삼성은 호지스다. 정민태는 올시즌 부진했지만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3승을 따내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관록있는 투수다. 삼성이 정민태를 공략하지 못한다면 7전4선승제의 한국시리즈는 예상과 달리 싱겁게 끝날 수도 있다.

iTV 해설위원 www.gbk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