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로마에 대해선 다양한 책이 시중에 널려 있다. 깊이있는 역사서에서 단순한 관광 안내서에 이르기까지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와 분량, 심도 또한 제각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로마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고자 할 때는 선뜻 한권을 꼽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한 부분을 파고들고선 그것이 곧 로마라고 여기기 십상인 것이다.

책은 로마에 관한 종합보고서라 할 만하다. 10여년을 이탈리아에서 체류하면서 로마사를 전공한 저자가 현장에서의 체험을 살려 로마의 역사와 문화, 현존하는 유적들을 당시의 사회·문화적 배경 속에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로마의 문화, 역사, 유적을 단순히 나열하지 않고, 로마인들이 만들어낸 도시와 사회의 성격 및 특징을 시대별로 살펴보고 있다. 역사적 배경을 곁들여 현재 로마에 대한 상세한 안내를 해나가는 것이다.

우선 ‘물의 도시 로마’에선 수로건설에 힘입은 ‘물 문화’가 만개한 로마를 돌아보고 있다. 로마인들은 오늘날의 사람들도 놀라워하는 거대한 아치 구조물과 지하통로로 이루어진 수로망을 확보했는데, 이것은 고대 로마를 물리적으로 지탱하는 기본구조물이었다.

이로 인해 발달한 것이 그 유명한 ‘목욕문화’다. 목욕탕에는 온탕 냉탕 미온탕까지 분류돼 있었고, 목욕탕 부설 체육관에선 체조 씨름 권투 구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목을 즐길 수 있었다. 한마디로 목욕탕은 로마인들의 사회적, 문화적 공간이었던 것이다.

‘건축의 도시’로서 로마가 갖고 있는 위상도 뛰어나다. 로마제국 인구가 7000만명에 다다랐을 때 제국을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도로망 건설을 비롯, 도시를 구성하는 관공서 극장 광장 신전 시장 목욕탕 분수 등은 모두 뛰어난 건축술로 이루어진 업적들이었다. 특히 콜로세움은 로마인들의 건축술이 이룬 정점으로, 제국의 주인으로서 자긍심을 느끼게 한 상징적인 건축물이었다.

로마의 또다른 면모는 ‘만신전의 도시’라는 점. 다양한 신을 모신 신전을 통해 로마인의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종교관을 엿볼 수 있다. 이들 신전은 로마의 토착신들을 비롯, 그리스에서 받아들인 신, 동방의 신들까지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로마인들은 꼭 신이 아니더라도 필요에 의해 신전을 세웠는데 ‘화해의 신전’ ‘행운의 신전’ 등이 그 예이다. 이밖에도 가톨릭의 성지로서 로마가 갖고 있는 유적들, 예술의 도시로서 로마의 위상에 이르기까지 여러 각도에서 바라본 로마의 면모를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책은 ‘지중해 문화를 찾아서’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 지중해 지역의 문화유산과 역사에 대해 체계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소개를 해나가겠다는 목표로 기획된 이 시리즈는 1권으로 ‘영원한 문화도시 아테네’를 펴낸 바 있다. 이 시리즈의 무엇보다 큰 장점은 풍부한 사진자료와 약도, 그림 등을 곁들여 보다 쉽게 일반인들이 접할 수 있게 했다는 것. 또 전문가들의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폭과 깊이 모두 놓치지 않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단, 일반 교양서로 쉽게 넘기기에는 다소 딱딱한 문체가 걸림돌로 작용, 아쉬운 점이 없잖아 있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