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런 상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지난 가을 몇몇 사람이 모여 대안적인 시상식을 만들어보자는 논의를 시작했을 때 내 마음 한 구석에선 이런 의문이 자리잡고 있었다. 시상식이 치러지는 그 순간까지도 내내 그 의문은 내게서 떠나지 않았다. 첫번째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이 무사히 마무리된 지금 나는 비로소 그 의문을 떠나보낸다. 그렇다.

상은 만들어졌고 기대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격려를 받았으며 적지 않은 음악인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었다. 시상식 일정을 잡고, 선정위원단을 구성하고, 후보작을 고르고, 최종 선정과정을 거쳐 시상식 행사를 치르기까지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적어도 우리의 첫걸음은 분명하게 그리고 성공적으로 내디뎌졌다고 믿는다.

한국대중음악상은 우리 대중음악이 문화적으로나 산업적으로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시장은 줄고, 팬은 떠나고, 음악적 다양성은 사라지고, 창조적 활력은 잦아들고, 무엇보다도 수많은 대중이 문화적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그런 위기상황 말이다. 위기에 대한 진단과 처방은 다양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대중음악계 전반에 합리적인 산업 마인드가 부재함을 지적한다. 딴은 그 역시 옳은 말이지만 나는 오히려 그 반대편을 주목한다. 대중음악을 단지 산업으로, 상품으로, 그리고 오락으로만 보는 시각이야말로 오늘날의 위기를 낳은 주범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대중음악은 산업이기 이전에 문화이며 예술이다. 단기적인 이윤 논리에 빠져 대중음악을 그저 상품적 가치로만 성급히 환원할 때 그 문화적 창조성은 사라지며 그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대중음악의 산업적 가능성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한국대중음악상은 이제 대중음악을 오락이 아니라 예술로, 대중음악인을 엔터테이너가 아니라 아티스트로 새롭게 보고자 하는 하나의 선언이다. 여기에 주류와 비주류의 구분은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물론 제1회 수상자의 면면에서 드러나듯 TV를 통해 대중에게 익숙한 가수들 대신 많은 사람들에게 다소 낯선 가수들이 다수를 차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한국 대중음악 문화 전반에서 이른바 주류가 보여주고 있는 음악적 상상력의 빈곤을 나타내는 것일 뿐 어떤 것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결과가 결코 아니다.

제1회 한국대중음악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제기된 질문은 도대체 ‘누가’‘어떻게’ 수상자를 결정하는가 하는 것이다. 대안적 시상제도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자연발생적으로 구성된 이번 선정위원단은 첫번째 시상식의 완수를 위해 책임을 떠맡은 한시적인 집단일 뿐이다. 선정위원단이 어떻게 구성돼야 하는가에 관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연구와 토론이 필요하다.

이번 첫번째 선정위원단이 여러 가지 문제를 갖고 있고 결코 완벽하지 못했음은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적어도 우리가 그 어떤 이해관계로부터도 구애됨이 없이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했으며 가장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내부 토론과 논쟁, 합의의 과정을 통해 수상작을 결정했다는 사실만큼은 강한 자부심으로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음악을 평가하는 기준이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아무도 쉽게 대답할 수 없다. 음악성이니 음악적 진정성이니 말하지만 정작 그 내용에 대해서는 선정위원에 따라, 또 투표에 참가한 네티즌들에 따라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번 제1회 한국대중음악상의 결과가 이른바 음악성, 혹은 음악적 진정성에 대한 해답이 아니라 바로 이 음악적 진정성의 의미에 대해 진지한 토론이 시작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믿는다.

어젯밤의 시상식에서 대중음악인들이 서로 격려하며 상을 주고 받는 모습은 이 상이 진정한 의미에서 음악을 사랑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의 축제가 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줬다. 물론 첫 시도인 만큼 보완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장르 세분화, 시상분야의 보완, 선정위원 수의 확대, 네티즌 참여의 비율 등 이번 행사의 진행과정에서 지적된 문제들을 좀더 진지하게 연구하여 시상식의 내용과 형식을 가다듬어야 함은 두 말을 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것을 떠나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상이, 정말로, 비로소, 마침내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장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