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연소 국회의원, 당시 26세 김영삼 전 대통령. 세계 최연소 국회의원, 당시 19세 독일 녹색당 안나 뤼어만. 국회의원 피선거권이 현행 25세보다 대폭 낮아진다면, 당장 출마해서 이 모든 기록을 경신하겠노라 벼르는 새파란 아이가 있다. 공주에서 태어났고 지금은 대전에 사는 주인공은 청소년 사이트 ‘우리스쿨’(http://urischool.net) 대표이면서 닉네임 ‘제엠’으로 통하는 18세 이태우(ltw96@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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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요? 여건 되면 바로 하죠.” 똑 부러지게 대답하는 태우의 정치 수업은 훨씬 일찍 시작됐다.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웹서핑에 빠진 태우는 중1때 딴지일보를 본다. “형식 가볍고 내용 부실하지 않고 적당히 시사적인” 딴지일보를 탐독하다가 ‘인물과 사상’ 책을 접한다. 모아둔 돈을 탈탈 털어 단행본과 2001년 3월호를 샀고 납득이 될 때까지 두세번씩 읽는다. 거기에서 또 ‘안티조선 우리모두’를 안다. 이렇게 꼬리를 물고 중1 시절을 보냈다.

중2가 된 태우는 학내에서 두발제한 철폐를 주도한다. 학생회 지도교사를 4시간 설득해서 교장을 만났고 “담판을 지었다”는 태우는 ‘노컷 약속’을 받았다. 중3땐 학생회장 출마 자격을 전교 성적 30% 이내로 제한한 교칙에 반발해 청와대와 교육부에 문제 제기하는 글을 올리면서 바로잡나 싶었는데, 태우가 학생회장 되는 것을 마뜩찮게 여긴 학교측의 묵묵부답에 꺾이고 말았다. 태우는 이때부터 청소년 문제를 깊게 생각했단다.

고등학교에 진학할 무렵엔 “정말 착하게 조용히 살자”고 다짐했지만 돌이키기 어려웠다. 이때쯤 태우는 안티조선 일로 서울을 오가며 여러 사람들과 폭넓게 어울렸고, 노사모 회원과 민주노동당 후원회원이었으며, 서울시장 선거운동 땐 이문옥 후보 팬클럽 사이트에서 윈앰프 방송을 했고 때로는 아예 서울에 머물면서 유세에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태우는 고1 여름부터 학교에 가지 않았다. “사람을 기르는지 사육하는지” 심각한 회의가 들면서 무작정 안 나갔다. 집에선 난리가 났다. 학교도 자퇴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자 태우는 ‘나의 자퇴 선언서’를 써서 한겨레신문 ‘왜냐면’ 지면과 오마이뉴스에 실었고 사태는 ‘일괄타결’이 된다. 엄마도 당분간 지켜보겠노라 했고, 태우는 “맘에 안 들지만 대학에 일찍 가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작년 12·19 대선까지 넉 달을 하루 8시간씩 노무현 선거운동에 매달렸다.

태우는 그렇게 지난 4년간 한국 정치의 현장을 숨가쁘게 달려오며 18세가 되었다. 그새 강준만, 진중권, 홍세화, 유시민 등 당대 논객들을 따라가며 자신의 정치 철학과 식견을 다듬어왔다. “정치적 입장이 한순간 바뀌는 것을 보고 무섭기도 했다”는 태우는 ‘좌파적 진보정치에 대한 무조건적 기대’와 ‘개혁이란 우파적 어젠다에 불과하다는 편견’을 바꿔 지금은 개혁국민정당 대전지역의 웹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국회의원은 김홍신 한명”이라고 단언할 만큼 나름의 기준과 분석이 분명한 태우는 단지 나이 때문에 당원을 못하는 현실의 높은 벽 앞에서 그 또래답지 않게 인내의 힘을 키우며 변화를 꿈꾸고 있었다. “미래요? 확신은 없지만 걱정도 안해요.”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고 인문학적 소양을 쌓을 요량으로 대입 공부 중인 태우는 “어떤 의미로든 정치를 할 것”이라며 자기 길을 내다보고 있었다. 정치라는 이 시어빠진 말의 어감도 가끔은 이렇게 신선하게 다가온다.

/객원기자 김종휘

문화평론가·하자작업장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