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우는 주로 남성 논객들의 책과 글을 통해 논리를 익혔지만, 삶의 기틀은 세 여성에게 기대고 있었다. 으뜸 여성은 엄마. 충남 공주에서 ‘새정치 국민회의’ 시절부터 열성 당원이었던 엄마.

엄마의 정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는 태우는 10세 무렵에 이미 당보와 선거 홍보물을 읽으며 놀았단다. 덕분에 태우는 초등학교 5학년 시절을 ‘DJ가 당선된 97년 대통령 선거’로 표현하고, 중1때인 99년을 ‘180억달러 상환, 외환위기 극복 선언한 해’로 기억한다.

다음은 중1때 천리안 원타임 팬클럽에서 만난 당시 초등학생 6학년 여자 친구. 모범생이라는 여자친구는 ‘자퇴할 때 유일하게 힘이 되어준 친구’이면서 ‘쓰러지려고 할 때마다 잡아준 든든한 파트너’다. 말이 없는 자기 때문에 다정다감한 여자 친구가 소통에서 애로가 많았을 거라면서 “난 대전에 사는데 여자 친구는 광명에 떨어져 사니까 잘 사귀고 있는 것 같아요. 가까이 있었으면 어쩌면 오래 못갔을지도 모르죠”라며 어른같은 소리를 한다.

마지막 여성은 노사모 창립회원인 시인 노혜경씨. 태우에게 노씨는 ‘사상적인 기초’이자 ‘가장 많이 충고해준 사람’이다.

치열하게 임해온 정치 실천과 노선 논쟁에서 태우가 깊은 모순이나 갈등에 빠질 때 정신차리게끔 찬물을 끼얹어 주곤 했단다. 이를테면 ‘정치가 자기 목적 실현을 위해서냐, 사람 잘 사는 세상을 위해서냐’와 같은 노씨의 질문을 마음으로 응답하며 위기의 순간을 넘겨왔다는 것이다.

‘탈학교 청소년’ 태우는 자신을 “‘우리스쿨’ 운영자이자 연락책”이라고 소개한다. ‘우리스쿨’은 청소년 교육·인권·문화 등을 토론하는 커뮤니티로 태우가 중학교 졸업하고 직접 만들었고 단독 출마해 직선으로 대표에 선출되었다. 회원은 현재 350여명.

정치적 기반이냐고 물었더니, “자유롭고자 하는 청소년들의 자주적인 만남이고 청소년의 힘으로 시민단체가 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의 장”이란다. 낡은 물음에 돌아온 싱싱한 대답이다. 그만큼 ‘태우의 정치’는 아직 푸르고 곧게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