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산사(山寺)를 찾는 것일까. 연초록물 가득 밴 숲을 지나 계곡의 청정한 물소리를 밟으며 산사에 오르는 길. 비록 불자가 아니더라도 마음속 깊이 묻어 두었던 ‘삶의 화두’ 한가지 정도는 들춰보기 마련이다. 그래서 산사를 찾는 길은 번잡한 일상을 떠나 잠시나마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소박한 만행(卍行)이다. 그런 작은 기쁨을 만날 수 있는 산사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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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산 도솔암

도솔암은 선운사에서 걸어서 약 1시간. 2.5㎞의 숲속 오솔길을 지나야 한다.

사철 관광객이 몰리는 선운사와 달리 선운산(444m) 중턱의 도솔암은 언제 찾아도 항상 호젓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암자다.

숲길을 따라 소나무를 비롯한 수많은 나무들이 울창한 수림을 형성하고 있어 삼림욕에도 제격이다. 또 계곡과 숲길이 만나는 곳에선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땀을 식힐 수도 있다. 특히 요즈음 도솔암 오르는 길에는 고창 특산물인 빨간 산딸기가 한창이다.

선운사 사적기에 따르면 도솔암은 신라 진흥왕이 선운사 인근의 진흥굴에서 미륵삼존이 바위를 깨고 나오는 꿈을 꾼 뒤 창건했다고 전한다. 진흥왕의 딸 이름이 바로 ‘도솔’이었다.

도솔암에는 대웅전과 천장지장보살(보물 280호)을 모신 내원궁과 높이 17m의 마애불(보물 1200호)이 있다. 경내 마당에 서면 숲의 바다에 우뚝 선 천마봉이 마주 보인다.

금수산 정방사

충주호와 마주보고 있는 금수산(1016m) 자락의 능강계곡은 삼복염천에도 얼음이 난다는 얼음골로 유명한 계곡이다.

그래서 금수산을 찾는 이들은 계곡 초입에서 얼음골에 이르는 약 6㎞의 등산으로 만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능강계곡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답사지는 산중턱 기암절벽에 아슬아슬하게 기대 서있는 정방사다.

신라 문무왕 2년(662년)에 창건한 고찰로 전설에 따르면 의상대사가 공중에 던진 지팡이가 하늘을 날아 지금의 절터에 떨어져 그 자리에 절을 세웠다고 한다.

능강계곡 입구의 능강교에서 정방사까지 약 3㎞구간의 산길로 접어들면서 계곡과 떨어지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그래서 정방사에서 마시는 약수가 더 시원하면서도 달다.

법당 지붕의 3분의1을 뒤덮은 암벽 의상대에서 약수가 샘솟는데 위장병에 특효라고 알려져 있다.

법당 앞에서 바라보는 월악산 산세와 어울린 청풍호의 전망이 일품이다.

오대산 월정사

깊고도 그윽한 산 오대산.

오대산 산자락의 월정사는 그에 걸맞게 일주문에서 경내에 이르는 약 800m 거리의 진입로부터 차분한 사색으로 방문객을 이끌어간다.

푸른 잎을 달고 하늘로 곧게 뻗은 전나무숲길에 접어들면 누구나 벤치에 앉아 가벼운 시집 한권 꺼내들고 그 싱그러움에 함께 젖어들고 싶어진다.

월정사 일대에는 모두 250만평에 걸쳐 전나무 100만그루를 비롯해 잣나무, 가문비나무, 박달나무, 주목나무 등 70여종의 나무들이 빽빽하다.

또 숲길 바로 옆에는 맑고 투명한 계곡물이 늦여름 무더위를 식혀준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내친 김에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이어지는 숲길 20여리도 한번 걸어볼 만하다.

월정사는 선덕여왕 12년(643년) 자장율사가 창건한 고찰이다. 국보 제48호인 팔각구층석탑과 보물 제139호인 석조보살좌상, 불교전문박물관인 성보박물관이 있다.

/글〓이경택기자 ktlee@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