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가 시끄럽다. 저작권사용료 배분을 둘러싼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작곡·작사가들 사이의 갈등, 탤런트 정양(22)의 립싱크 파문, 젊은 가수들의 표절 시비 등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가요계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는 것.

▲저작권과 표절시비〓지난 18일 음악작가 6명이 유명 가수들과 함께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전·현직 임원들의 배임행위를 고발한 것은 오래전에 예견됐던 사건이었다. 이를 단순히 저작권 사용료 배분 문제를 둘러싼 갈등 정도로만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국내 가요계 종사자 모두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실 국내 작곡가들과 가수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베끼기 관행도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특히 최근에는 ‘샘플링’이라는 미명아래 표절과 짜깁기가 보편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가수로 데뷔한 박경림의 ‘착각의 늪’은 김완선의 ‘탤런트’를 샘플링했지만 정작 노래를 부른 당사자는 이를 사전에 팬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또 그룹 ‘젝스키스’의 전 멤버 김재덕과 장수원이 결성한 듀오 ‘제이워크(J-Walk)’의 ‘서든리(Suddenly)’는 미국 R&B 그룹 ‘보이스투멘’의 ‘포 시즌즈 오브 론리네스(4 Seasons Of Loneliness)’와 흡사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지윤, 핑클, 김종서 등도 표절시비에 휘말려있다. 이러다보니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을 찾아내 표절하는 경우도 흔히 있다. 10년동안 가수 겸 작곡가로 활동해온 Y씨의 경우 제3세계 음악들을 짜깁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뛰어난 작곡솜씨로 유명한 가수 P씨도 일단 외국곡을 샘플링한 곡을 발표한 뒤 표절 지적을 받으면 한참뒤에야 이를 인정하는 ‘상습범’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표절 판정을 내릴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불충분하다. 지난 96년까지 한국공연윤리위원회가 음반 사전 심의를 통해 표절판정을 내렸지만 사전심의가 폐지된 이후 표절은 당사자간에 해결해야 할 친고죄가 됐다. 더욱이 90년대 들어 컴퓨터 미디음악의 발달로 악보의 채집과 다른 음악의 베끼기는 교묘하게 행해지고 있다. 최근 힙합을 중심으로 행해지는 샘플링은 당연히 원작자에게 허락을 받고 원곡을 표시해줘야 하며 무단으로 할 경우 명백한 저작권 침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거의 대부분이 무단으로 샘플링을 하고 있다. 실례로 인기가수 C씨는 자신의 데뷔앨범에서 미국 록그룹 ‘건즈 앤 로지즈(Guns N’Roses)’의 ‘스위트 차일드 오 마인(Sweet Child O’Mine)’의 기타도입부를 통째로 샘플해 사용했지만 원작자를 표기하거나 샘플허가를 받지 않았다.

케이블TV m.net의 강희정 PD는 “노래가 최종 표절 판결이 난다 해도 음반은 이미 다 팔아버린 후라 기획사나 음반사는 별 타격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바로 이 점이 표절이 지속되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립싱크〓물의를 빚은 정양의 소속사와 음반제작사를 향한 세인들의 비난은 당연하다. 그러나 비난하는 사람들 역시 ‘미필적 고의’에 의한 ‘공범’이 아닌지를 되돌아 보아야 한다. 정양 파문은 음악성보다는 외모나 춤솜씨에 더 열광해온 대중과 돈에 혈안이 된 기획사들이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중음악평론가 강헌씨는 “이번 사건은 기본적인 도덕에 관한 문제이자 음악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 인식에 대한 문제”라며 “가수와 대중 모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