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 스승의 날에 알려진 한빛고등학교의 ‘세족식(洗足式)’소식. 부활절주간에 담임교사가 학생들의 발을 차례로 씻어주고 맨마지막 학생이 교사의 발을 씻어주는 이야기는 우리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게다가 전학년이 사제 동행으로 지리산 원정등반까지 했다나. 아하, 학교가 이럴 수도 있구나 하는, 감동적인 충격으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러한 소식은 예외적인 것. 교육에 관한 한 우리나라 소식들은 하나같이 가슴 칠 일들로 도배를 하곤 한다. 같은날 알려진 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집단폭력사건, 그런가 하면 다음날 밤엔 꽃다운 10대 청소년 8명이 불에 타죽는 처참한 사건까지 발생했다. ‘좋은 대학’에 가려고 야밤에 기숙입시학원에서 공부하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교육이민·고액과외·공교육위기·입시지옥·교실붕괴…. 지금까지 들려오는 소식들은 그동안 그토록 교육개혁을 외쳐온 것과는 달리 하나같이 비통한 것들 뿐이다. 요즘 식자들 사이에는 “한국교육엔 묘책이 없다”고 체념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문제를 쉽게 생각하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려운 수학문제를 기본원리에서부터 출발하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자, 교육이란 무엇인가. 2세들을 훌륭하게 길러내는 일 아닌가. 그런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지·덕·체 병행의 전인교육과 각자의 소질과 재능을 살린 전문화교육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점검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전인교육과 전문화교육이 제대로 성공하고 있는지를 점검해 보면 될 것이다.

첫째, 우리는 그동안 전인교육에 철저하게 실패해 왔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지식교육에만 혈안이 되어 한창 성장해야 할 초·중·고 학생들에게 ‘머리’만 과도하게 혹사하는 ‘가분수’형 인물들을 키워온 것이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그렇다면 어찌할 것인가. 이제 이 점을 확 바꾸면 될 것이다.

훌륭한 덕성을 지도하기 위해 각종 인성교육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또 체력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 체육활동을 대폭 강화하면 될 것이다. 당장 이들 시간수를 크게 늘리고 정부와 각급 교육청엔 ‘전인교육추진반’을 가동하여야 한다.

시험성적에 집착해 1류대에 보내야겠다는 학부모들의 성화와 사교육으로 뛰쳐나갈 극성에 대해서는 그것이 자녀들을 얼마나 망치는 일인가를 설득해야 한다.

또 일부 학력(學力)이 떨어졌다고 불평할지 모를 대학과 지력(知力)으로만 신입생을 선발하려는 대학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이 얼마나 단견적인지를 되새기게 해야 한다.

이제 전국의 중·고등학교와 대학, 그리고 교육당국은 ‘입시경쟁교육의 포기와 전인교육으로의 대전환’을 선언해야 한다. 지식보다 ‘인간’이 먼저임을 분명하게 실현하기 위해 온 국가와 사회는 이들을 응원하고 지지해야 한다.

둘째, 우리는 소질과 재능에 따른 전문화 교육에서도 철저하게 실패해 왔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국어·영어·수학에서부터 음악·미술·체육에 이르기까지 그 종합점수에 따라 순서를 매기고 진로를 결정지어 줬다. 이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그렇다면 어찌할 것인가. 해답은 매우 간단하다.

이제 이 ‘종합점수’의 망령으로부터 벗어나면 되는 것이다. 종합점수라는 것이 얼마나 웃기는 것인가. 어찌 사람이 국어·수학도 잘 하고 음악·미술까지 모두를 잘 해야 하는가. 오죽하면 우스갯소리로 ‘올백(all 100)’을 맞는 학생은 ‘귀신’아니면 ‘똘아이’라는 말까지 생겼을까.

사람은 저마다 타고난 재주가 있다. 문제는 그 소질과 재능을 어찌하면 가급적 빨리 발견해서 본인이 하고싶어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재미를 붙여 해나갈 수 있게하느냐에 있다.

제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 보다 열심히 공부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원한다면 그 점수를 가지고 대학에 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 공부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걱정할 일이 아니다.

이제 전국의 중·고등학교와 대학은 어떤 의미에서든 ‘종합점수’니, ‘전교 1등’이니, ‘반에서 1등’이니 하는 따위의 해괴한 말들이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 개별화한 전문적 영역을 찾아주어야 한다.

이런 과제를 위해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며 교사 처우를 높이고 교육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현재의 여건에서라도 지금 당장 ‘한국교육의 대전환’은 미룰 수 없다. 즉시 실행에 옮겨야 한다.

<강지원 검사 ·前청소년보호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