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을 그만두고 유네스코와 같은 국제기구를 통한 문화재 반환운동을 벌이면 몰라도 협상으로 해결할 경우 더 나은 대안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프랑스에 외규장각 도서반환을 강제할 수 있는 국제법이 있는 것도 아니며 일본과는 달리 우리와 프랑스간에는 식민지 청산이라는 특수한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병인양요가 일어난 시점도 1866년인데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외규장각 도서가 소장돼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인지한 것은 1975년으로 시기적 대응도 늦어 상대방(프랑스)을 압박할 카드가 별로 없었습니다."

외규장각 도서 문제와 관련, 8일 기자회견을 가진 한상진 정신문화연구원장은 그동안 프랑스가 교류대상에서 제외해왔고 국내학자들이 월등히 가치가 높다고 주장해왔던 유일본을 가져오는 만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협상대표인 자신도 국민의 한사람으로 프랑스의 문화재 약탈행위에 분노를 느끼지만 무조건 반환받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원장은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에선 이번 협상이 제국주의 약탈행위를 정당화시킨다는 비판은 있지만 나쁜 선례가 된다는 주장은 국제사회에서 사례가 아주 드문 조건없는 반환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너무 명분에 치우친 주장이라고 밝혔었다.

그는 당시 제국주의 약탈행위의 정당화 문제는 역사인식의 문제인만큼 현재 두권의 자료집과 학술대회 논문집을 내놓은 한국프랑스 공동 역사연구팀을 본격 가동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었다.

한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지난 93년 당시 양국 정상간에 상호교류와 대여원칙이 합의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와 언론에 의해 상호교류와 대여는 사라지고 영구대여로 의궤를 모두 반환하는 것처럼 강조됨으로써 이후 협상과정에서 오해와 혼란을 초래하게 됐다며 그간의 외규장각 도서 협상과정을 설명했다.

지난달 21일 회견에선 이번 협상에서 동일종류의 문화재를 계속 수집하길 바라는 프랑스 사서들의 입장을 어느정도 만족시켜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었다.

최근 불거진 교환도서 가운데 41종이 국내 유일본이란 주장에 대해, 한원장은 당시 보도자료에 모든 사항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 합의의 요점은 국내에 복권 이상 존재하는 비어람용 의궤와의 교환이라며 같은 제목의 국내 유일본 비어람용 의궤를 프랑스에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한원장은 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장 의궤류의 상태와 관련, 지난해 10월 프랑스에서 열린 2차협상 당시 본 12권의 의궤 가운데 절반 정도가 표지가 상해 비단 대신 천으로 교체돼 있었다며 프랑스가 소장한 의궤 297권중 다수의 표지가 상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