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접시 닦는 일을 도울 때마다 스릴을 만끽하는 제시 리드(67)씨, 전등을 켜고 끌 줄 아는 자신을 대견스럽게 여기는 제니스 키니(43)씨, 잔디를 깎을 때마다 감사함을 느끼는 제임스 포우스트(65)씨, 이 3사람은 모두 미국 앨러버머 버밍햄 대학의 스페인 재활클리닉(SRC)에서 새로운 재활치료를 받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마비된 팔의 기능을 회복한 뇌졸중 생존자들이다.

1993년 뇌졸중을 맞아 오른쪽 반신이 마비된 포우스트씨는 한 때 자신의 팔이 완전히 망가진 것을 알고 ”아예 그것을 절단해버릴 생각까지 했었다”고 털어 놓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그의 부인이 광고를 보다가 뇌졸중 환자를 위한 `강제운동요법(CIMT)이라는 재활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포우스트씨는 1995년 이 실험에 자원하게 됐다는 것이다.

1994년 뇌졸중으로 왼쪽 반신에 마비가 온 리드씨의 경우 이듬해 이 실험에 합류하기 전만해도 그의 왼팔은 무용지물로서, 그저 몸에 매달려 있는 사지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재활의 기회를 갖게 됐다.

키니씨는 1997년 당시 40세의 젊은 나이에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이 요법을 하기 전에는 그는 아이들을 무릎에 앉히지도 못했고 서랍을 여닫는 매우 단순한 일들조차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가능하게 됐다.

뇌를 재프로그램하는 것이 CIMT의 핵심이다. 앨러버머대학 클리닉 심리학과의 에드워드 토브 박사팀은 최근 독일에서 실시한 이 새로운 실험에서, 뇌가 뇌졸중 충격 후에도 스스로를 재조직할 수 있음을 최초로 입증, 이달 미국 심장협회(AHA)학술지인 `뇌졸중’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13명의 뇌졸중 생존자의 팔 운동을 관장하는 뇌 부위의 지도를 작성했다. 환자들은 2-3주 동안 치료를 받은 후 팔을 사용할 수 있었고, 뇌지도가 거의 2배로 커진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환자가 웬 종일 열심히 프로그램에 참가할 때만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마비를 가져오는 원인 중 하나가 환자들이 문제의 사지를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는 데서 비롯되므로 팔을 강제로라도 사용하면 뇌를 충분히 재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포우스트씨는 클리닉에서 주5일, 하루 6시간씩 2주동안 물리치료사의 도움으로 재활요법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성한 왼팔을 삼각붕대에 고정시키고, 왼손에는 큰 벙어리 장갑을 씌운 채 마비된 오른 손만으로 카드 넘기기 등의 단순 작업을 반복해서 실시했다.

”3일째 되는 날까지는 별 진전이 없었다. 그런데 그 후 예전에 못 느끼던 어떤 감각이 내 팔에 전해오는 듯 했다. 얼얼하고 따끔따끔한 느낌이었다. 그것은 마치 죽은 신경이 잠에서 깨어 나는 것과 같았다”고 그는 술회했다. 그 후 포우스트씨는 신발구멍에 끈을 집어넣고 매는 것, 오른 손에 포크를 잡고 저녁식사를 하는 것 등 예전에는 감히 상상도 못한 일까지도 할 수 있게 됐다.

<에믈리 옐린/정리=윤성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