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첫차를 타는 사람들

정보·교양·오락물을 겸한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인 MBC TV ‘21세기 위원회’(월 저녁7시30분)의 ‘첫차를 타는 사람들’ 코너가 회를 거듭할수록 화제를 모으고 있다.제작진이 서울시내 노선버스 첫차를 찾아 승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이 코너는 지난 1월25일 경기도 고양시 화전동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운행하는 147번 버스를 시작으로 그동안 10여차례 방송됐다.

‘새벽’이라는 시간과 ‘시내버스’라는 서민적인 공간의 결합속에서 만나는 ‘준비되지 않은 출연자’인 승객들은 여타 시청자참여 프로그램과는 또다른 색깔로 진솔한 감동을 준다.

시내버스 첫차의 승객은 50대이상의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가장 많다.이밖에 시장이나 유흥업소에서 밤일을 하고 귀가하는 청년에서부터 도서관을 향하는 대학생,밤새 술마시다 늦게 귀가하는 노랑머리 청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빌딩 청소부,경비원,시장에 물건을 떼러 가는 산매상 등 직업도 가지각색이다.

진행자인 개그맨 김용만의 “어디 가세요?”로 시작되는 질문에 저마다 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사는 고달픔을 토로하기도 하고 가족에게 평소에 하지 못했던 사랑 표현을 하기도 한다.

아내의 이름으로 3행시를 짓는 남편이 있는가 하면,군에서 제대한 뒤 아직 일자리를 찾지 못했지만 자리를 잡으면 부모에게 효도하겠다며 울먹이는 청년도 있다.

어쩌다 첫차를 탄 승객도 있지만 10년 넘게 거의 매일 첫차를 타온 단골 손님들도 많아 버스기사와 승객들 몇몇은 서로가 어느 정류장에서 내리는지 훤히 꿰고 있다. 그래서 한창 인터뷰를 하던 승객이 뒷자리에서 “아줌마,지금 내리셔야 되잖아요”하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내리는 바람에 제작진이 당황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첫차를 타는 사람들’ 촬영을 위해 제작진이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시간은 새벽 2시. 이들에게 잠 못자는 고통보다 큰 고통은 의외로 멀미라고 한다.

특히 무거운 카메라를 짊어지고 버스의 진행방향과 반대로 서서 뛰어다니며 촬영하는 일은 보통 고역이 아니어서 이 코너는 카메라맨들이 기피하기 일쑤다. 결국 담당자를 따로 두는 대신 고참부터 신참까지 돌아가며 맡고 있다.

이 프로의 조희진PD는 “고생스럽지만 묵묵히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용기를 얻는다는 시청자 반응이 많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오는 19일에는 그동안 방송된 내용의 하이라이트 등으로 꾸미는 소특집이 방송된다. 이 특집에서는 시청자들이 제안해온 대로 막차에도 올라보고,첫회에 방송한 첫차를 다시 찾아보기도 한다. 이날 방송 이후에는 서울을 떠나 지방 도시의 첫차도 찾아갈 계획이다.

<이수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