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잠실주경기장 전경

서울시가 월드컵축구 개막식장으로 쓰여질 축구전용구장 건립을 사실상 포기함에 따라 2002년 월드컵대회 준비에 엄청난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趙淳(조순)서울시장은 13일 정례기자 간담회에서 월드컵 전용구장 건립계획과 관련해 “서울시의 재정형편상 수천억원의 예산이 드는 전용경기장을 건설할 여력이 없다”고 종전 주장을 거듭 밝혀 월드컵조직위나 축구협회가 요구한 월드컵 전용경기장 건립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조 시장은 이어 “월드컵 개막식을 차질없이 치르기 위해 전용경기장 대신 현재 계획중인 뚝섬돔구장이나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을 개·보수해 사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월드컵조직위와 대한축구협회는 “조 시장의 발언은 전혀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사실상 전용구장 건립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무책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잠실주경기장의 경우 그라운드와 스탠드사이가 너무 멀어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규격에 맞지 않는데다 부대시설 등이 월드컵개막식 장소로 부적합하다는 점을 그동안 입이 닳도록 설명해왔는데, 이제와서 다시 잠실주경기장 개·보수 문제를 들고나온 것은 뚝섬 돔구장 건립과 관련한 서울시의 LG그룹에 대한 특혜의혹을 감추기 위한 면피용 대책에 불과하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조직위 관계자는 또 “LG그룹이 계획중인 뚝섬돔구장도 당초 계약(6만5천석)과는 달리 5만석 이하로 축소 설계된 것으로 안다”며 “이 경우 월드컵개막식은 FIFA 규격 미달로 뚝섬 돔구장에서도 치러질수 없어 결국 2002년 월드컵 개막식을 서울에서 개최할 수 없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002년 월드컵이 국가적 대사임을 잘 알고 있는 정부도 최근 월드컵전용구장 건립과 관련해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어 축구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宋泰鎬(송태호)문화체육부장관은 12일 프로축구단 단장들과의 오찬에서 “축구전용구장 건립의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라는 점을 강조해, 정부가 축구전용구장 건립에 관여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송 장관은 이 자리에서 “서울시는 뚝섬에 건설될 돔구장을 월드컵 개막경기장으로 활용하는 것을 검토중에 있으며 관중석 규모 등 FIFA요구조건에 부족한 부문에 대해서는 조순 시장이 책임지고 조건을 충족시키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조순 시장이 하루만에 이 약속을 번복함에 따라 월드컵 개최준비의 최대 과제인 개막식 경기장 건립은 무산될 위기를 맞았다.

월드컵 조직위와 축구협회는 “결국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떠넘기기식 행정으로 유치후 1년이상을 허송세월한 셈이 됐다”며 “월드컵 개막식과 준결승을 서울에서 개최키로 했던 당초 계획은 전면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뚝섬돔구장은 월드컵대회의 준결승 이상의 경기를 치르기 위해 LG그룹에 부지를 매각했다”고 전제하고 “만일 돔구장 규모가 축소되거나 축구장시설로 부적합할 경우 이는 계약위반 사항이 된다”며 이럴 경우 돔구장 부지 계약의 취소사유가 된다고 밝혔다. <崔明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