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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훈의 월가토크

보조금 철폐·관세 완만 추진땐
금융시장에 긍정적 서프라이즈

실적 발표 시즌 빅테크 주목을
은행·천연가스는 규제완화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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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7차례 신고가를 경신했던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올해 들어 단 한 번도 전고점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통상 1월 증시는 새해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 낙관론으로 이어지며 견조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연초 미국 증시의 주춤함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높아진 시장금리는 투자자들의 높은 경계감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경제의 견조한 펀더멘털에 비춰 과도한 증시 경계감은 지양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빅테크 종목들과 트럼프 정권 수혜주(株)로 지목되는 금융, 에너지 종목 주가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美 국채 금리 5% 넘자 증시 매력 급감, 왜? = 1월 들어 미국 증시가 주춤한 데는 최근 상승한 시장금리에서 찾을 수 있다. 글로벌 자산 가격의 벤치마크 역할을 담당하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한때 4.8% 선을 넘어서며 증시 밸류에이션 부담을 자극했다. 무위험 자산인 채권이 높은 수익을 보장해 준다면, 위험 자산인 주식은 훨씬 더 매력적인 가치를 증명해 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시장금리가 상승한 이유는 대부분 기간 프리미엄 상승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 단기채보다 장기채 금리가 더 높은 이유는 오랜 기간 채권을 보유하는 위험이 반영되는 영향인데, 최근 미 국채 시장의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새 정부의 재정적자와 향후 인플레이션에 대한 염려가 더욱 커졌다고 해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MAGA’ 트럼프가 돌아왔다 = 21일(현지시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는 미국을 넘어 세계를 지배하려는 트럼프 집권 2기의 국정 목표다. 이에 대선 캠프가 꾸려질 당시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전방위적인 관세와 대대적인 감세를 공약으로 내세움은 물론, 기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되돌리는 것에 집중할 것이라고 줄곧 이야기해 왔다. 기존과 다른 정책들이 쏟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전략 수립에 있어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가 된다. 특히 그가 주창하는 관세와 감세 정책 등은 정부의 재정과 국가의 인플레이션 등에도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아직 정책 강도가 가늠하기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섣불리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권호영 기자

◇취임 후 한 달 새 증시 4.5% ↑, 트럼프 1기 치적은 ‘증시’ = 시장 불안감이 팽배하지만, 불확실성은 기회와 위기를 모두 제공한다. 대대적인 관세 부과와 각종 보조금 철폐 등이 일시에 단행된다면 시장 충격은 상당할 수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완만한 속도의 정책 전개는 금융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서프라이즈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경계감이 선반영 된 상태라면 금융시장의 안도감은 더욱 크게 배가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기 시절 주식시장의 성과를 자신의 치적으로 빈번히 삼아왔다. 트럼프의 바람도 취임 이후 주식시장 반응이 우호적이길 희망할 수 있다. 자신의 컴백에 투자자들이 환호하는 상황이 연출되길 바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1기 취임 당시에도 유사한 모습이 관찰됐다. 지난 2017년 1월 20일 취임 직전까지 S&P500 지수의 1월 누적 수익률은 1.1% 정도에 그쳤다. 반면 취임식 이후 한 달간 성과는 4.5%에 달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추진한 ‘메디케어’(미국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건강 관련 사회보장제도) 폐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와 같은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나, 시장 예상 범주를 벗어나는 과격한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역시 점진주의적 행보가 유력하다고 예상한다.

◇‘탄탄한 美 경제’ AI·은행·천연가스 주목 = 현재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여전히 견고하며 이에 기반을 둔 기업 실적 역시 긍정적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연초 이후 확인됐던 각종 경제지표는 예상치를 웃돌았고, 지난주 확인된 생산자와 소비자물가지수는 모두 온건한 흐름을 나타낸 바 있다. 여전히 지금 미국 경제는 연착륙 경로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지난주부터 개막한 월가의 실적발표 기간을 기대할 것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AI 모멘텀을 누릴 수 있는 빅테크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AI 칩의 위탁 생산을 도맡고 있는 TSMC가 지난주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업계 전반의 긍정적 흐름을 이미 예고한 바 있기도 하다. 실적발표 시즌 초반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미국 금융주들에 대한 관심도 유효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다방면에서 규제 완화를 검토하는 중이고, 이 중에는 은행들의 자본 규제도 포함될 것이다. 이는 분명 미국 금융권의 수익성 제고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천연가스 관련주도 관심 대상이 될 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천연가스 수출 규제를 일찌감치 완화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고, 유럽 역시 미국과의 이해관계에 부응하기 위해 미국산 천연가스의 수입을 더 늘릴 여지가 많은 상황이다. 미국산 천연가스의 시추, 가공, 운송 등 밸류체인 전반에서 수혜를 예상해 볼 수 있겠다.

삼성증권 글로벌주식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