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 = 전승훈 기자

■ 게이츠 법무지명자 전격사퇴

미성년 성매수의혹에 첫낙마
트럼프, 지명자에 전화 걸어
“상원 인준 표 확보 못했다”

헤그세스 등 인사논란 계속
트럼프도 성추문 유죄 평결
의회와 갈등 커질 가능성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기 행정부 인선 중 지명 직후부터 큰 논란을 빚은 법무장관 지명자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이 ‘미성년자 성매수 의혹’으로 낙마함에 따라 내년 1월 정권 출범 때까지 상원 인준이 필요한 다른 인사를 두고 당선인 측과 의회 간 갈등이 예상된다. 일단 트럼프 당선인 측은 곧바로 팸 본디 전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을 법무장관에 지명, 낙마로 인한 인사 차질 최소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게이츠 전 의원 외에 논란 중인 인사들도 추가적인 의혹이 제기될 경우 추가 낙마할 가능성도 있다. ‘충성심’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인사의 한계라는 평가와 함께 ‘성추문 입막음 돈’ 재판 관련 유죄 평결을 받은 트럼프 당선인이 성(性) 관련 비위 문제에 대한 판단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018년 2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학교 내 안전 회의에 참석해 팸 본디 당시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본디 전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은 21일 트럼프 2기 법무장관으로 지명됐다. AFP 연합뉴스

미 CNN 방송은 21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이 이날 오전 게이츠에게 전화를 걸어 ‘상원에서 인준을 받을 표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해당 통화에 대해 직접 알고 있는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19일까지만 해도 지명 철회 가능성을 부인했던 트럼프 당선인이 결국 상원 인준의 벽을 확인하고 게이츠 전 의원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취지다. 트럼프 당선인은 직접 상원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를 당부한 바 있다. 하지만 미성년자 성매수 의혹의 구체적인 정황이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공화당 상원의원 전원에 대한 표 단속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이다. 관련 의혹으로 하원 윤리위원회의 조사를 받던 게이츠 전 의원은 관련 조사를 종결시키고 보고서 공개를 막기 위해 하원의원직을 사퇴했고, 친트럼프 성향 마이크 존슨 하원의원이 공개적으로 보고서 공개를 막아섰지만 논란이 잠잠해지기는커녕 오히려 확산됐다. 이에 결국 게이츠 전 의원을 포기하고 대신 팸 본디 전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을 법무장관 지명자로 새로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의 밀어붙이기 인사 중 최대 논란이 됐던 게이츠 전 의원이 자진 사퇴의 길을 선택하며 트럼프 당선인이 향후 인사에서 ‘신중 행보’로 돌아설지 주목된다. 특히 이번 게이츠 전 의원에 대한 인사가 성 관련 스캔들에 둔감하게 대응해 일어났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질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4개의 형사 사건 중 성추문 입막음 의혹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은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대선 승리 이후 이 유죄 평결 기각을 재판부에 요구하고 있고, 검찰은 퇴임 이후 재판 재개를 요청한 상태인데 자칫 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은 일단 다른 인사에 대해서는 결격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게이츠 전 의원을 주저앉힘으로써 ‘다른 인선은 제동을 걸지 말라’는 메시지를 인준 열쇠를 쥔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 보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