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30일 진료 중단”
내일부터 본격 사직 예고

주요 대학병원 교수들이 이르면 다음 주부터 일주일에 하루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는 ‘주 1회 셧다운(휴진)’에 돌입하기로 하면서 환자들의 절망감이 더 커지고 있다. 사직서 제출에 이어 오는 25일 이후 실제 병원을 떠나겠다는 교수들도 생겨나면서 “환자들을 다 포기하겠다는 얘기”냐는 격앙된 반응도 나오고 있다.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갑상선암 환자 이모(48) 씨는 “환자들은 몇 달 전부터 정해진 날에 진료를 받기 위해 연차나 개인일정을 다 조절하고 온다”며 “담당 교수님이 주 1회 휴진을 하거나 병원을 떠나면 항암 치료를 받지 못할까 두렵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심장질환 환자 A 씨 또한 “갑자기 어지럽거나 가슴 두근거림이 심하면 급하게 외래를 잡기도 하는데, 외래가 축소되면 이런 경우는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교수님들의 고생은 알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내팽개쳐졌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성주 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몇몇 교수가 사표를 쓰고 떠나거나 진료를 축소하면 다른 교수들의 업무 부담이 커질 테고, 진료·수술은 더욱더 축소되는 악순환이 벌어질 것”이라며 “결국 환자들을 다 포기하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날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30일 하루 동안 응급·중증·입원 환자 진료를 제외한 전면적인 진료 중단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방재승 비대위원장 등 비대위 간부 4명은 오는 5월 1일 실질적으로 사직한다고도 밝혔다. 서울대를 포함해 19개 의대가 참여하는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전날 “교수들의 정신과 육체가 한계에 도달해 다음 주 하루 휴진을 하기로 하고 이후 주 1회 휴진 여부를 26일 총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부의 사직 수리 정책과는 관계없이 (25일 이후 사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대 교수 비대위도 다음 달 3일부터 주 1회 휴진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한 서울대병원 교수는 “비대위 결정은 권고일 뿐 과마다 교수마다 사정이 달라서 ‘모두 동참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교수들의 단체 사직이나 휴진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의대 교수) 사직서는 절차와 형식, 내용을 갖춰 정당하게 당국에 제출된 것이 많지 않다”며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직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율·김린아·노지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