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5’ 60%만 사직서 제출

전체 5100명 중 3000명만 사직
“국민적 비난 대비 얻는 것 없다”
“2000명은 아니지만 증원 필요”

정부, 소아필수의료 보상 강화
중증 가산수가 최대 1000%로

지난 28일부터 ‘빅5(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병원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시작된 가운데 이들의 60%가량만이 사직서를 제출했거나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의대 교수들이 각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부를 향한 ‘압박 카드’로써 집단 사직을 결의했지만, 40%가량은 “환자 외면에 대한 국민적 비난만 불러올 것” “의대 증원은 필요” 등을 이유로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대 교수들이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 철회를 전제로 대화협의체 참여를 거부하며 집단 사직 행렬에 나서고 있지만 이에 반대하는 교수들도 적지 않아 의료계가 분열되는 양상이다.

29일 빅5 병원 사직서 제출 현황에 따르면 전체 교수 약 5100명 중 3000명가량이 사직서를 제출했거나 할 것으로 추정된다. 연세대 의대는 약 900명 중 629명, 울산대 의대는 767명 중 433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서울대 의대는 1400명 중 약 450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톨릭대 의대는 자체 설문조사에서 약 1200명 중 65%인 780명가량이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응답한 바 있다. 성균관대 의대도 앞선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3.1%가 자발적 사직과 주40시간 근무 행동 대응에 찬성하겠다고 응답했다.

반대로 보면, 빅5 병원 교수의 40%는 사직서 제출에 동참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빅5 병원 소속 A 교수는 “사직서 제출로 받을 국민적 비난 대비 효용성이 떨어지고, 무용하다”며 “의대 정원을 2000명까진 아니더라도 350명에서 400명 정도 증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증원론’에 찬성하는 교수들이 20∼30%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의견을 피력하기 힘든 분위기 탓에 ‘사직서 미제출’로 입장을 밝히는 교수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 교수는 “일부 증원에 동의하는 교수들은 사직서 제출은 동의 못 하고 정부에는 더욱 동의 못 해 미제출로 의사 표시를 하는 것”이라며 “나중에 돌아올 전공의들 눈치가 보여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힌 수도권 대학병원 B 교수도 “의사로서 환자 곁을 지키는 건 당연한 일이고 교수들까지 국민과 기 싸움 하려는 모습은 잘못됐다”며 “조금만 유보적인 자세를 취하면 커뮤니티에서 조리돌림당하니 교수들도 무섭다”고 말했다. 각 의대 비대위와 의사 단체들은 이번 사직이 교수들의 자발적인 결정이라고 강조했지만 정작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교수들에게 ‘언론 접촉 금지’ 함구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직서를 제출한 교수들도 진료 중단보다는 정치적 목적이 크다는 입장이다. 빅5 병원 C 교수는 “전공의들을 위해 결심한 거고, 장기적으로는 환자를 위한 길”이라며 “이 사태를 끝내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 환자를 두고 떠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차원에서 소아 필수의료 보상을 강화했다. 이날 보건복지부는 현재 고난도 수술(281개 항목) 시 1500g 미만 신생아와 1세 미만 소아에게만 적용하는 연령 가산을 6세 미만 소아까지 넓히고, 가산 수준도 최대 300%에서 1000%로 대폭 올린다고 밝혔다. 연령 가산 적용 시 1500g 미만 이른둥이가 고난도 수술인 ‘동맥관 개존증 폐쇄술’을 받을 경우 총 수술 수가는 기존 711만 원에서 1769만 원으로 약 2.5배로 인상된다. 고위험 신생아가 지역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역수가’도 신설한다.

노지운·조율·권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