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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의 직장’ 옛말…이탈 심화

금융위, 로스쿨 간다며 3명 퇴사
업무강도 높고 보수 낮아 불만
수직적 관료주의 문화도 한몫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서 로스쿨이나 민간 금융사로 이탈하는 ‘MZ세대(밀레니엄+Z세대)’ 직원들이 늘면서 당국이 젊은층의 퇴사를 막기 위한 해법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한때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한국은행과 KDB산업은행 등에서도 저연차 직원 퇴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이들은 과한 업무 부담과 낮은 보수, 수직적 관료주의 등을 이유로 조직을 떠나고 있다. 그동안 민간보다 뛰어난 ‘맨파워’를 바탕으로 시장을 관리·감독해왔던 금융 공공분야의 ‘전문성’ 단절과 ‘업무 연속성’ 저하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일부 금융위원회 공무원들이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정책 입안 성과를 바탕으로 승진과 해외 유학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받았다.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 업무를 담당했던 이진수 은행과장과 오화세 금융소비자정책과장이 각각 서기관에서 부이사관으로 승진했고, 신장수 중소금융과장은 향후 인사에서 최우선 승진 대상으로 검토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담당 실무자였던 5년 차 박종혁 사무관에게는 해외 유학의 기회를 주기로 했는데, 금융위 내에선 통상 10년 이상 경력을 쌓아야 유학 기회가 돌아온다는 점에서 파격적 조치로 평가됐다. 금융위의 결정은 공직사회에서도 실적에 따른 보상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인데, 내부에서는 성과주의를 통해 젊은 직원들의 조직 이탈을 막기 위한 노력도 담겨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금융위는 올해 초 금융위 자본시장국 소속 젊은 직원 3명이 한꺼번에 ‘로스쿨’ 입학을 위해 금융위를 퇴사하면서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로스쿨 합격 후 퇴사 사례가 종종 있어온 금감원과 달리 금융위에서는 첫 사례다. 금융위 관계자는 “숫자를 공개하긴 어렵지만, 5급 사무관 이하 공무원들의 퇴사가 전보다는 늘고 있어 조직 차원에서 이탈을 막기 위한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MZ세대 직원들의 이탈은 과거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금감원과 한은, 산은 등 금융 공공기관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금감원의 경우 지난해 퇴직자 49명 가운데 2030세대가 13명(26.5%)에 달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홍성국(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1년까지 금감원을 떠난 MZ세대는 매년 3∼4명에 불과했지만 2022년(12명)에 이어 지난해에도 두 자릿수 퇴사자가 발생했다. 한은의 경우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정년을 채우지 않고 중도 퇴사한 직원이 311명으로 이 중 MZ세대가 135명(43%)을 차지한다.

이 같은 저연차 직원들의 ‘퇴사 러시’는 민간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체계와 보수적인 조직 문화, 강한 업무 강도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금감원은 최근 7년 만에 외부 컨설팅을 결정했다. 조직문제 전반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민간 금융사에 비해 직원의 처우가 나빠지는 가운데 인사 적체는 심한 상황하고, 업무 강도는 세니 MZ세대가 못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금융 당국이나 금융 공기업은 맨파워를 무시할 수 없는데, 저연차 직원들의 이탈은 전문적 경험의 단절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