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4일 노변정담 중인 존 미어샤이머(오른쪽부터) 시카고대 교수와 에드윈 퓰너 퓰러어소시에이츠 회장, 손지애 외교부 문화협력 대사.

美 외교안보 원로들 불꽃 토론
존 햄리 “우크라戰 나토로 대응”

미들버그 = 이미숙 전임기자(논설위원) musel@munhwa.com

미국의 외교·안보 원로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등을 놓고 상반된 해법을 제시해 주목을 끌었다.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의 노변정담 세션에 참여한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와 에드윈 퓰너 퓰러어소시에이츠 회장, 그리고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은 열띤 토론을 벌였다.

현실주의 외교의 대가인 미어샤이머 교수는 4일(현지시간) 노변정담에서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을 지원하느라 힘을 빼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미국이 상대할 적은 중국인데, 조 바이든 행정부는 유럽과 중동 갈등에 깊이 빠져든 결과 동아시아에 집중을 못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구조적으로 러시아가 승리할 수밖에 없는 전쟁이고, 이스라엘도 하마스를 절멸하기 어려운 구조인데, 미국이 양 지역 분쟁에 힘을 빼고 있다는 게 미어샤이머 교수의 지적이다. 미국의 핵심 경쟁자는 중국인 만큼, 중국의 도발을 저지하기 위해선 하루빨리 유럽과 중동의 전선을 정리한 뒤 동아시아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을 경우 남중국해와 대만에서 유사사태 발생 시 미국 외교가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손지애 외교부 문화협력 대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에 화상으로 참여한 햄리 소장은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서 전술적으로는 잘하고 있으나 전략적으로는 문제가 많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퓰너 회장은 러시아산 값싼 에너지를 확보하면서 중국이 유리한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고, 미어샤이머 교수는 “북·중·러 관계가 좀 더 끈끈해지는 효과를 낳았다”고 했다. 반면 햄리 소장은 “북·러 무기 거래가 단기적으로는 북한에 좋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가능성과 관련해 퓰너 회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을 관철했고 북한과도 협상을 진행한 만큼 돌아온다면 좀 더 현실감을 갖고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